대기업 퇴사 후 명상선생님이 되었다고요?
세상의 모든 기준이 물질로 흐르다 보니 명상선생님이 되고 난 후 회사원이던 이전에 비해 '돈벌이'는 어떤지 질문을 받곤 한다.
경제적인 부분은 생존과 직결되는 부분이므로 이 질문 앞에서 나는 솔직해져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긴다. 먼저 이 이야기는 두 가지 전제를 깔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첫째, 나는 안정적으로 적지 않은 금액을 월급으로 받는 직장생활만 10년 넘게 했었기 때문에 내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은 '안정적인 직장생활' 뿐이라는 것을 밝힌다. 두 번째, 나는 애초에 이 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기에 이 일이 창출하는 수입에 대한 기대치가 다른 사람보다 낮을 수 있다는 것을 밝힌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인생 계획에 명상선생님이 된다는 것을 고려조차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이것을 일로 바라보며 계획해서 했다면 나는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유는 그때의 나의 관점에서 이것은 일이라는 것을 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돈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선택에 경제적인 부분이 고려된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나는 수입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한다. 만족한다는 것이 절대적인 금액에 만족한다는 뜻이 아니라 이런 여건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면 만족한다는 의미이다. 가끔은 내가 회사 다닐 때 받던 월급보다 수입이 많을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프리랜서의 수입은 기복이 있기에 그런 순간만을 예로 들며 헛된 희망을 입에 올리고 싶지 않다. 물론 이 업계에도 유명인사가 존재하고, 사업수완이 좋은 분들도 계시므로 나의 경우가 모든 케이스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과 이 업계는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분명히 언급하고 싶다.
그럼 처음 시작하며 수입이 거의 없을 때는 어떻게 했는지 질문으로 이어지곤 하는데 나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경제교육을 엄하게 받아온 터라 10년 넘는 직장생활동안 크게 과소비하지 않으며 나름의 자산을 모아두었다. 운 좋게도 내가 회사에 몸담았던 타이밍이 그 회사의 최고의 전성기였으므로 또래 직장인들보다 높은 보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 것들이 모여 나의 경제적, 정서적인 자산이 되어 주었고 그것은 이 업계에 발을 디딜 때에도 자그마한 내적 울타리가 되어주었다. 그 자산 때문에 이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작게 라도 모아둔 자산이 결과적으로 나에게 어느 정도 선택의 자유를 부여했던 것은 분명하다.
나는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희망팔이가 되고 싶지 않은 만큼, 삶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들에게 '돈은 무의미하다'와 같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도 않다. 무엇보다 우리는 현실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 명상하고 수행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나도 지금은 없지만 예전엔 당연히 누리던 것들에 대해 아쉬운 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순간적인 마음일 뿐 결국은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관성처럼 또 나는 이 길에 서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나에게 이 일이 주는 의미는 다른 가치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일은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지속적으로 울림을 주면서 비록 나는 미약할지라도 내가 하는 일은 세상에 희망적인 물결을 일으키고 있으리라는 느낌을 잔잔하게 전해준다. 방황하던 내 마음의 주파수가 명상안내자라는 역할에 맞춰지면서 아름다운 파장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물감 한 방울이 새하얀 도화지에 살포시 떨어져 퍼져나가듯 은은하게 그리고 잔잔하게 나의 마음을 물들인다.
나에게 가장 의미를 전해주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면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는 것 같다. 세상의 생각과 관념에서 조금 벗어나 나만의 기준으로 관점을 살짝 열어 놓으면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가능성들이 무한하게 내 앞에 나타나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인류가 모든 시대를 관통하여 찾아 헤매고 있는 그 행복이란 것이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