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양갱 먹다가..
나는 호불호가 강하지 않은 편이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싫은 것도 같다가 안 싫은 것도 같고.
어렸을 때도 덕질을 한 연예인도 없었고, 애니를 좋아해서 오만 애니를 다 봤지만 캐릭터 이름조차 제대로 못 외운다..
또 책 중독자가 되기 전에는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어봤을 때 대답도 잘하지 못했다.
음.. 대충 뭐 놀러 가는 거요..?
(내가 좋아하는 걸 말하는데도 마지막엔 물음표가 붙었다.)
지금은 쉽게 “독서요”라고 대답은 하지만 사람들의 꽤 흔한 취미라 특색은 없는 듯하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어봐도..
때마다 바뀌어서 잘 모르겠다고 말하고..
죽을 때까지 한 가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뭘 먹겠냐고 물어보면..
피자..? 야채가 골고루 올라가 있으니까요..?
이 정도의 대답을 했다.
호(好)에 대해서만 얘기를 한 것 같은데 싫은 것도 딱히 뭐 없었다..
절대 안보는 영화 장르랄 것도 없고.
절대 안 하는 무언가도 딱히 없는 것 같다.
(아 떨어지는 놀이기구는 못 탄다.)
뭐 조금 싫어도 안 할 수는 있겠지만 자신 있게 싫다! 하는 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가 색깔 없는 사람인 것 같아 항상 아쉬웠다.
하지만 어쩌다 내가 싫어하는 음식을 알게 됐다.
고등어 무조림의 무.
절대 안 먹는다.
무는 원래 시원하고 아삭해야 제 맛인데 고등어무조림에 들어가서 익은 무는 달큼한 맛이 나고 물컹물컹하다.
본래의 제 식감과 맛을 잃은 것이다.
윽.
비슷한 결로 카레는 좋아하지만 카레에 들어가 있는 익은 양파나 다른 야채는 또 못 먹는다.
굴이랑 곱창은 어릴 땐 입에도 못 댔지만 지금은 잘 먹기 때문에 여전히 못 먹는 고등어 무조림의 무는 내가 싫어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랑 음식 얘길 할 땐
“제가 못 먹는 건 없는데 고등어 무조림의 무는 싫어해요.”라고 말하면 나름 색깔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해야 할까.
조금 다른 이야기로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 중 몇몇이 고기를 별로 안 좋아한다거나 생선, 해산물을 아예 못 먹는다고 말하는 경우를 봤다.
그럼 ‘아 역시~ 그래서 저렇게 매력이 있구나.’하는 괴상한 생각을 한다.
그래서 가끔 ’ 반항녀씨는 입맛이 까다로울 것 같은데 아니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괜히 기분이 좋다.
살이 쪄서 피해의식이 생긴 건지 몰라도 이건 기분이 좋은 게 맞다.
까다로워 보이고 싶은 것보다도 색깔이 있고 싶은 탓에 그렇다.
말하다 보니 싫어하는 걸 몇 개 더 찾은 것 같긴 한데..
아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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