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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아이의 사랑

by 달콤햇살 Apr 13. 2025

커다란 아이의 사랑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면 둘째 아이가 달려와 내게 안긴다. 대략 손바닥 정도 밖에 안 되는 작은 품. 

아이가 나에게 안기는 것인데 오히려 반대로 내가 그 품에 안기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작은 품이 너무 따뜻해서 하루의 무게가 스르르 녹아내리고 아이의 온기에서 하루의 피로가 씻겨 나가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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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아이의 어깨가 하루를 견뎌낸 나에게 충분한 위로를 준다. 많은 말이나 특별한 행동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그 작은 어깨를 끌어안기만 하면 된다. 마치 내가 하루에 필요했던 위로의 양이 딱 그만큼이었다고 느낄 만큼. 어떤 외적인 보상보다 강한 힘이 있다. 아이의 존재는 때로 말로 다할 수 없는 위로와 안식을 준다. 작지만 강한, 그 작은 품이 주는 힘을 매일 느끼며 감사한다.

     


   첫째를 키울 때도 그랬지만 둘째를 키우는 지금도 육아는 너무 힘들다. 매일 전쟁 같고, 하루가 끝나면 온몸이 녹초가 된다. 시간이 지나 가끔은 아이의 더 어린 시절의 모습이 생각나고 그립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좀 더 좋은 엄마로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 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이 너무나 고되었지만, 시간이 흘러 정확히 구체적으로 잘 기억나지 않는다. 힘들었지만 정말 보물 같은 시간이었다고 기억한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다. 시간이 지나 좋은 기억만 남기고 잊힌 것일까. 아니면 너무 힘들어서 기억조차 나지 않는 것일까. 기억력의 한계에 감사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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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에는 절대로 그리워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흐르니 그때가 그리워진다. 몽글몽글 부드러운 아이의 미소와 엄마 껌딱지였던 그때가. 그래서 또 둘째를 낳고 또 셋째를 낳는 건가보다.     







기억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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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은 휴지의 어떤 특성과 성질이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로 뇌 조직을 브레인 티슈(brain tissue)라고 부르는 것처럼 우리의 기억도 섬세하고 복잡한 구조를 가진 조직과 많이 닮았다. 휴지는 물에 닿으면 쉽게 녹아버린다. 기억도 시간이라는 물에 녹으면 희미해지듯 때로는 강렬했던 기억도 세월이 흐르면 그 윤곽을 잃어간다. 시간이 지나면 그 고된 기억이 물에 젖은 휴지처럼 희미해진다. 육아의 시간은 매일매일 쌓이지만, 마치 바람에 날리는 휴지 조각처럼 그 기억들은 쉽게 흩어진다. 잠들지 않으려 버티던 아이의 울음소리, 엎질러진 이유식에 한숨 쉬던 순간들, 그리고 가끔 찾아왔던 좌절감. 그 모든 순간이 분명 힘겨웠는데, 지금은 선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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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의 몽글몽글한 냄새와 사랑스러운 미소, 그리고 엄마 곁에서만 안정을 찾던 그 껌딱지 같은 모습은 또 다른 기억의 조각으로 남아 있다. 이 조각들은 시간이 지나도 희미해지지 않고 가끔 다시 떠오른다.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나중에 시간을 되돌릴 수 있어도 절대로 육아하던 시절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그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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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아는 휴지 그 자체 같기도 하다. 마치 한 장씩 뽑아 써야 하는 소모품처럼 매일의 에너지가 조금씩 사라져 가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흔적들이 남는다. 아이가 처음 내 이름을 불렀던 순간, 처음 걸음을 뗀 날,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던 그 표정은 그 흔적 중에서도 가장 귀한 것이다.

  

    휴지가 물에 젖어 흐릿해지는 것처럼 육아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지만, 한편으로는 바람에 날리듯 흩어진 조각들이 또 다른 계기로 하나로 뭉쳐져 모일 때가 있다. 아이의 웃음소리, 함께 놀던 공원의 풍경, 혹은 아이가 썼던 작은 신발 같은 사소한 것들이 갑자기 그 시절의 기억을 소환한다.

  

    육아는 소모적이고 힘들지만, 동시에 깊이 각인되고 영원히 그리워질 기억의 집합체다. 휴지처럼 연약하지만, 육아의 시간은 서로 연결되어 우리의 삶에 따뜻한 흔적을 남긴다. 시간이 흘러 흐릿해진 기억 속에서 그 시절 아이를 향한 사랑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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