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줘야 ‘Over the rainbow’

선생님이 너희와는 처음이라

by 유울

초등학생이 되어서 처음으로 학예회를 하는 2학년 학생들 9명.

교직생활 첫 학예회를 하는 교사인 나.

우리는 학기말의 큰 행사인 학예회에서 무사히 아름다운 종을 울렸다.




대학생 때 댄스동아리를 했던 선생님은 학생들을 데리고 춤을 연습하고,

음악 시간에 리코더를 배운 학생들은 리코더 연주를 연습하고,

다재다능한 끼를 잔뜩 가지고 있는 학생들은 춤과 연극, 노래를 믹스한 공연을 연습했다.


‘우리 반은 뭐 하지, 나는 예체능에 소질이 없는데.’

춤, 노래, 연극. 뭐 하나 만만해 보이는 게 없었다.


그나마 할 수 있을 것 같은 건 악기 연주였다.

피아노, 바이올린, 사물놀이, 리코더, 단소, 소금, 태평소 등 악기 연주는 다양하게 많이 해봤으니까.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단기간에 이런 어려운 악기를 하는 건 무리였다.


결국 내가 생각해 낸 것은 핸드벨이었다.

소리도 아름답고, 연주방법도 간단한 악기.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우리 반이 9명이라는 것.


도레미파솔라시도. 우리 반은 총 9명.

학생이 한 음씩 맡아서 틀리지 않고 모두 연주해야 했다.

‘우리 반 애들이 할 수 있을까..?’

학예회까지 남은 시간은 약 한 달 반.

불안이 엄습했다.




고심 끝에 내가 내린 해결책은, 한 사람이 두 음을 연주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혹시 한 명이 실수로 소리를 안 내더라도, 다른 친구가 소리를 내주면 되니까.

그렇게 2주를 연습했는데, 진도가 안 나갔다.

학생들이 자신의 차례가 왔을 때 두 개의 음을 모두 기억해서, 박자에 맞게 연주하는 것을 어려워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어른들도 어렵다. 내가 해보니까 애들이 어려울만하더라.)

지금 이대로면 절대 무대에 올라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얘들아, 어떤 음 할지 다시 정해줄게.”


한 사람이 한 음을 맡아서 하는 걸로 변경하고 다시 연습을 진행하니, 진도가 나갔다.

한 마디, 한 소절을 끝내고, 누적해서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그런데 연습을 계속하는데 자꾸 틀리는 구간이 있었다.

그 구간에는 모든 아이들이 그 학생을 일제히 쳐다보며 눈치를 주기도 했다.

아이들이 못할까 봐 걱정하는 나의 불안한 마음이, 학생들에게도 전달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어려워하는 학생에게는 ‘넌 할 수 있어!’라며 격려하며, 직접 시범도 보이고 반복 연습을 더 시켰다.

그렇게 아이들은 Over the rainbow를 외워서 끝까지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학예회 당일.

예쁜 산타옷을 입은 아이들이 그 자그마한 양손에 핸드벨을 꼬옥 쥐고 무대에 올라갔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고, 실수로 한 두 번은 틀리기도 했지만, 무사히 끝까지 연주를 해냈다.

그리고 연주를 끝낸 아이들은 모두 환하게 웃으며 무대를 내려왔다.





‘우리 반이 할 수 있는 공연이 뭘까?’, ‘차례에 맞춰서 핸드벨 소리를 못 낼 수 있으니 한 명이 두 음을 맡게 할까?’, ‘자꾸 틀리는 구간부터 연주가 엉망이 되는데, 학예회 때도 그러면 어쩌지?’

학예회 준비를 하는 동안 다양한 불안한 생각들이 나의 뇌를 지배했다.

하지만 내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학생들이 주눅 들거나 자신감을 잃을까 봐 일부러 더 괜찮은 척했다.

“처음인데도 정말 잘한다~, 습득력이 엄청 좋네~, 박자를 너무 잘 맞춘다~, 암기력도 좋다, 벌써 다 외웠네~”와 같은 말들을 하며.


내가 대신 올라가서 핸드벨 연주를 해줄 수는 없으니 결국은 아이들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너희는 잘할 거라며 주문을 걸며 아이들을 믿어주니, 우리 반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연주를 해냈다.

앞으로도 믿어줄게, 너희는 너희의 일을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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