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쟁이 선생님

선생님이 너희와는 처음이라

by 유울

한 반에 한 명 이상은 꼭 있다.

담임 선생님의 잔소리를 쉴 새 없이 듣게 되는 학생.

잔소리를 해야 하는 교사 입장에서 말을 하자면, 나도 정말 잔소리하기 싫다.

내 입에서 부정적인 말들이 나오는 것도 싫고, 누군가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싫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할리 없다.

그래서 나는 잔소리쟁이 선생님이 된다.


사실, 자기 인생은 자기 것이니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라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할 수도 있다.

그 학생은 내 자식도 아니고, 내가 그 학생 인생을 대신 살 것도 아니니까.

게다가 교사는 부모와는 달리 그 아이를 일 년만 보면 되니까.


심지어 교사가 학생을 그냥 내버려 두는 방법도 아주 쉽다.

그냥 내 눈앞에 뭐가 있어서 흐리게 보이는 것처럼 눈을 반만 뜨고 학생들을 보면 된다.

숙제를 하든지 말든지, 글씨를 바르게 적든지 말든지, 욕을 하든지 말든지, 친구와 싸우든지 말든지.

하지만 난 흐린 눈을 못 하는 잔소리쟁이 선생님이다.




운이 좋아 유니콘 같은 정말 좋은 아이들을 만났다.

학교에서 하는 일은 뭐든 최선을 다 해서 열심히 하는 성실한 학생들, 말로는 귀찮다고 하면서 막상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끈기를 가진 학생들, 친구가 잘 못해도 구박하거나 자신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차분하게 알려주며 함께 해나가는 배려심 깊은 학생들, 친구에게 속상한 점이나 불만을 말할 때도 감정을 빼고 자신의 입장을 차분하게 이야기할 줄 아는 어른스러운 학생들.

어쩜 세상에 이런 아이들이 존재하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정말 예쁘고 착한 아이들이다.


그런데 한 명, 나를 좀 힘들게 하는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올해 초 전학 온 전학생이다.

밝은 성격에 수업 시간에 발표도 열심히 하는 적극적이고 귀여운 학생이다.

다만, 해야 하는 일을 자꾸 안 하고, 지켜야 하는 것들을 안 지킨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학생은 수업 시간에 하는 글쓰기, 수학 익힘책 풀기를 시간 안에 끝내지 못할 때가 많다.

열심히는 하는데, 생각하기와 글씨 바르게 적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할 일을 다 못 끝내면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이 학생은 집에 가서 하면 된다고 말하며 쉬는 시간에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쉰다.

만약 정말 그렇게 해서 숙제로 해온다면 문제 될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해오겠다고 해놓고 제때 안 해 오는 일이 몇 개월째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또 잔소리쟁이 선생님이 된다.


다른 친구들 사이에서도 각종 불만이 터져 나왔다.

체육시간에 규칙을 안 지키며 게임에 참여한다는 불만, 사과를 할 때 기계적으로 “미안”이라고만 한다는 불만, 체육시간에 잠깐 앉아서 쉬는데 사람 있는 방향으로 공을 던졌다는 불만, 밥을 먹는데 자꾸 놀리며 밥 먹는 걸 방해한다는 불만, 방과 후 수업 때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데 핸드폰을 했다는 불만 등.

그러면 나는 또 잔소리쟁이 선생님이 된다.






아이들은 모를 것이다. 내가 잔소리쟁이가 되는 건 다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어서라는 걸.

조금만 더 발전하고 좋아졌으면, 좀 더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나은 삶을 살게 되었으면, 그 학생으로 인해 다른 학생들이 덜 힘들었으면 하는 마음들. 이 마음들은 모두 너희에 대한 애정인데.

나의 이 마음이 잔소리를 듣는 학생에게 전달되기 바라는 것은 욕심이겠지.


“나는 네가 싫어서 이런 말들을 하는 게 아니야. 선생님은 널 좋아하고, 네가 잘 됐으면 좋겠어.”

잔소리의 끝에 이런 말을 덧붙인다고 네가 내 마음을 알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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