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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반딧불이

17

by 판도


하모는 점심시간에 공산, 기만과 함께 야외 교실에 모여 도시락을 먹었다. 드디어 내일이면 여름 방학이라 모두가 들떠 있었다. 밥을 먹자마자 공산은 할 일이 있다며 먼저 일어섰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하모가 기만에게 살며시 물었다.

“기만아, 그때 산이 노트 네가 줍지 않았어?”


“내가 주웠지.”


기만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왜 웃어? 도대체 숙제를 어떻게 했기에 안 선생이 그렇게 화를 낸 거야?”


“아, 그거.”


기만은 계속 웃기만 했다.

“뭔데? 뭔데 그렇게 웃기만 해? 빨리 말해봐.”


기만이 애써 웃음을 참았다.


“안 선생이 닭 천 마리를 그려 오라고 했잖아.”


하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게 숙제였잖아.”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나타난 거머리가 큰소리로 기만을 불렀다.


“용기만!”


기만이 찡그리며 대답했다.


“네, 선생님.”


“밥 다 먹었지?”


“그런데요?”


“너 저기 철탑에 가서 담배꽁초 좀 주워.”

“제가 왜요?”


말대꾸하는 기만을 보며 거머리가 인상을 썼다.


“여기서 담배 피우는 놈이 너 말고 또 있어? 빨리 안 가?”


기만이 따라나서는 하모를 말리고는 씩씩대며 혼자 철탑을 향했다.

교실로 들어서며 하모는 자리에 앉아 있는 공산을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끄적거리던 공산은 하모와 눈이 마주치자 씩 웃더니 다시 고개를 숙였다. 녀석의 태평스러운 모습에 하모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상상을 하며 하모는 자리에 앉았다.

5교시는 1학기 마지막 영어 수업 시간이었지만 안 선생은 나타나지 않았다. 수업 시간의 거의 절반이 지나서야 담임이 들어와서 안 선생은 몸이 안 좋아 병가를 냈으니 자습을 하라는 거였다. 안 선생은 2학기에나 학교에 나온다는 말이었다. 기만이 담임에게 몸이 많이 안 좋으신 거냐고 묻자, ‘회복하려면 안정이 필요한데, 요 며칠 무리를 한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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