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촉의 늪_판촉지옥
요즘 인문학 열풍은 많이 사그라든 것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인문학이 사람을 아는 학문이자 ‘나다움’을 찾는 길이라며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실용적이고 기술 중심의 학문이 더 주목받고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나다움"을 이야기하고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질문을 바꾸라고 하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진정으로 좋아하는지
자신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를 평생 모르고 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도 한때 그런 고민을 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그 안에서 경제적 성공까지 이룬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상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좋아하는 일"을 찾는 과정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았더라도 그 일이 나의 삶을 책임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린다.
나 또한 그런 고민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생각을 과감히 바꾸기로 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고, 그 직업을 통해 각자 나름의 가치를 찾으며 살아간다.
굳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업을 통해 돈을 벌고, 그 번 돈으로 각자의 행복을 찾는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 성공을 이루는 사람이겠지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인적 아웃소싱 업무를 해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력서를 접해왔다.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해온 사람도 있었고, 다양한 이유로 직업을 여러 번 옮긴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불안과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는 점이다.
처음 판촉 업무를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사람들은 판촉을 단순한 아르바이트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 일을 하다 보면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고객사의 까다로운 요구와 직원 관리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밤잠을 설친 적도 많았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고, 때로는 후회와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불안과 좌절을 견뎌내고 나면 나 자신이 더 단단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힘든 상황에서도 끝까지 책임을 다하고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을'의 위치에서도 충분히 당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고,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았을 때는 내가 이 일을 잘 해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점점 더 어려워졌고, 많은 청년들이 실업자로 남았다.
졸업생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일할 사람이 없어서 고민이다.
특히 판촉 업무는 대부분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촉을 한 번 시작하면, 그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
판촉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일을 넘어서 사람과의 관계를 쌓고, 그 관계 속에서 얻는 성취감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성장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이 분명 존재한다.
대학은 필수라고 여겨지지만, 졸업 후에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보면
차라리 아르바이트나 판촉 업무를 통해 인생 경험을 쌓으며 돈을 버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판촉 업무를 통해 경제적 안정을 찾은 친구들도 많이 봐왔다.
그들은 또래들보다 더 빨리 사회에 적응하고, 실질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서 있었다.
나는 좋은 대학에 진학해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 위해 계속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차라리 돈을 벌면서 실전 경험을 쌓으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학문적 탐구나 지적 성장은 중요하지만
때로는 삶의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더 값진 경우도 많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직업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그 직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성장할지를 고민하는 태도다.
판촉 업무는 나에게 그런 태도를 가르쳐 주었고,
그 덕분에 나는 어디서든 당당하게 일을 해낼 수 있게 되었다.
직업이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나를 성장시키고,
나 자신에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길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