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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즘 Oct 05. 2023

1. 아빠를 그린다

시인과 동화작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동시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시인은 아빠가 되었다. 

그 시절 누군가의 장남, 누군가의 남편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직업을 가진다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아빠라는 무게로 인해 시로부터 조금 멀어지던 시절, 직장을 다니면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일은 가족과의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었다. 

아내는 집에서 자신이 하던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아빠가 선택한 영업직이라는 현실은 가정보다 회사에 쏟는 시간이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족과 함께 한다는 것, 특히 하루하루 자라나는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삶의 의미는 그 어떤 사회적 성취로도 메꿀 수 없다는 점을 느끼는 것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많은 고민 끝에 입사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만의 인생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선택한 후 나는 아이에게 아빠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동안에도 아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대로 자라고 있었고, 그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아빠의 빈자리를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했다. 


아빠는 실제가 아닌 그림처럼 존재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아침 일찍 나선 출근과 밤늦은 귀가를 하면서 아이가 오늘 얼마나 자랐을지, 어떤 삶의 경험을 쌓았는지 아빠는 궁금할 뿐이었다. 

아빠가 자녀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는 사회는 불가능할까?

찰나의 시간처럼 느껴졌는데 큰 아이는 이제 대학을 진학해 가족의 품을 떠났고, 둘째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시기이다. 

큰 아이는 성장하는 과정 전체에서 아빠의 지극한 관심을 받았다. 둘째는 새롭게 아빠와 함께 또 다른 길을 함께 걸어갈 예정이다. 수많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하며 아이와 아빠가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의 한국 아빠 누구도 쉽게 가지지 못한 축복이었다. 


왜 우리는 사회적 성공이나 물질적 풍요만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걸까?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서로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시인이 부모로서 느낀 자녀와 함께 한 성장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싶다. 시인이 전하고 싶은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될 수 있다면 큰 행복이 될 것이다. 




아빠를 그린다    


      

눈은 까맣게

코는 둥글게

입은 큼지막하게          

그려본다

정성껏 

아빠를 그려 본다          


하지만

예쁜 얼굴

착한 미소

그릴 수 없어요          


밤마다 잠이 들고

기다리다 잠이 들고          

아빠를 그리려면 밤이 새도록

꿈속에서라도 만나야 하니까          

아침 일찍 나가는 아빠를 또 못 보고

언제쯤 아빠 얼굴 예쁘게 그릴까?     





# 작품 소개


아이들에게 아빠는 정말 소중한 존재입니다. 대부분의 아빠들은 직장 일에 바쁘다 보니 아이들에게 소홀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늘 마음속으로는 자녀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도 아빠의 부재에 대해 늘 그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빠가 전해 줄 수 있는 사랑은 다른 어떤 사랑과도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아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늦게 들어오고 주말에 잠만 자는 아빠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을 그림 모습 속에 아빠의 존재는 늘 무엇인가 부족하고 잘 묘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의 소중한 기억 속에 아빠의 모습과 추억을 남겨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이 동시에서는 아이들이 아빠를 그리워하는 모습과 아빠를 그리는 상황을 대비하여 그림과 그리움이라는 두 단어를 적절하게 언어적으로 활용한 작품입니다. 아빠를 그리워하는 아이가 아빠를 그리지 못하는 상황을 통해 아빠의 부재를 이야기하면서 아빠를 그리고 싶은 아이의 소망이 잘 담겨 있습니다. 




# 창작 아이디어


같은 발음이지만 다른 뜻을 가진 동음이의어를 활용하면 재미있는 동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밤, 배, 눈, 말 등과 같은 단어들을 적절하게 섞어서 쓰면 그 단어의 뜻을 유추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의 눈 속에 눈물이 담겨 있네’ 같은 표현에서 눈이 어떤 의미일까를 상상하는 장면은 해석하기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동시에는 '그리다'라는 표현 속에 두 가지가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빠를 그리는 그림 속 장면과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함께 표현되었습니다.

조금 더 활용을 한다면 비슷한 발음의 단어들을 가지고도 재미있는 동시를 만들 수가 있습니다. 밤과 밥, 콩과 공 같은 단어들을 활용해서 동시를 만들어 보세요.

예를 들어 ‘엄마는 밥 먹으라고 야단치지만 나는야 밤 까먹고 못 들은 척’, ‘떼구루루 콩 구르네 데굴데굴 공 구르네’처럼 재미있게 언어적 활용을 한다면 좋은 동시를 지을 수 있는 소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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