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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챌린 Aug 20. 2024

우리도 강남에 산다

1. 드디어 강남 입성

밤 10시. 아이들을 재워놓고 인아씨는 잠시 식탁의자에 앉았다.

졸린데 바로 자러 갈지, 아님 맥주 한잔 하며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한편 볼지 잠시 고민하던 찰나,

남편이 말을 걸어왔다.


“우리 서울로 이사 갈까?”


“응? 서울? 갑자기?”


“갑자기는 아니고 전부터 가끔 얘기했잖아. 부동산 투자 하다 보니까 역시 서울에서 했어야 했나 싶어.

16년?17년이었나?우리가 샀던 첫 집 대신에 같은 돈으로 서울에 투자했으면 2배는 더 올랐거든. 그런 게 한 두 개가 아니야. 역시 내가 사는 곳, 내가 익숙한 곳이어야 투자도 할 수 있고, 또 안 살아봤으니까 한 번쯤 살아보면 어떨까 싶어. 그런 생각이 떠나질 않네.”


“당연히 여기보다는 서울 집값이 많이 올랐겠지. 그렇다고 그냥 한번 살아보러 간다고? 아이들 학교는? 근데 서울 어디? 집 살 돈은 있고?”


“어우~ 너무 비싸서 못 사. 살 수 있는 가격이 아니야. 거기다 세금은 또 얼만데.”


“그럼 어떻게 하려고? 어디로 가보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꼭 내 집이 아니어도 되잖아. 알다시피 나는 엉덩이 밑에 몇 억 깔아 두고, 은행에 이자내고 사는 것보다는 월세나 적당한 전세가 낫다고 생각해. 나머지 돈으로 계속 투자해야지.”


“그러니까! 그래서 어디로 가고 싶다는 건데?”


“강… 남???”


“강남? 그 강남?! 헐 대박! 너무 비싼 곳 아니야?

난 다음번에는 내 집으로 이사 가서 진짜 예쁘고 깔끔하게,

잘 정리해 놓고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자가는 어렵겠구나. 그런데 강남에 갈 수 있기는 해?”


“일단 전세는 어렵고.”


“그럼, 월세??????”


“아까도 말했잖아. 전셋값만 해도 십억이십억이 훌쩍 넘는데...... 그 돈을 어떻게 깔아 두고 있어. 월세가 비싸긴 해도 십억 가까이 대출하면 이자보다 월세가 쌀 걸?”


“그 돈으로 투자해서 더 많이 벌 자신이 있는 모양인데?”


“우리 가족 생활하는데 지장 없게 할게. 나 지금까지 나름대로 잘해 왔잖아. 한번 잘 생각해 봐줘.”


“난 지금 여기도 좋아. 아이들도 놀기 좋고. 동네 사람들도 좋고, 주변 환경도 깨끗하고 말이야.”


“그렇지. 근데 이제 당신도 퇴사했고, 어느 정도 거주지 선택의 자유도가 있지 않나? 이제는 회사 근처가 아니어도 되니까. 나야 지하철 타고 다니면 되고. 또 사람이 태어났으면 서울에서 한번 살아봐야 되는 거 아니야?”


“저기, 저는 서울에서 살아봤거든요. 나 대학 때부터 결혼할 때까지……”


“아 맞네! 미안. 나 말이야 나. 서울에서 안 살아봤잖아. 늘 경기도민이었어. 우리 아이들도 그렇고… 여기도 좋지만 아무튼 아이들 키우고, 공부시키고 하는데도 서울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볼 테니까, 자기도 서울로 가고 싶은 이유를 좀 더 명확하게 고민해 봐. 정말 가야 하는지. 왜 가고 싶은지 말이야. 그리고 이제 우리 맞벌이 아냐. 재정적으로 월세, 생활비, 아이들 교육비에 지금 있는 대출이자까지 계속 나갈 텐데 진짜 괜찮은지 계산해 봐. 나도 너무 갑자기라….”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누구나 생각해 볼 수는 있으니까. 아니 누구나 꿈꾸는 곳 아닌가?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재테크나 부동산 투자에 관해서는 남편 의견에 거의 반대하지 않는 인아씨였지만 강남이라니. 강남이라니.

부동산 투자를 하며 알게 된 사람들을 만나고 들어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이사 이야기가 나왔다. 그 빈도수가 잦아졌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인아씨는 남편이 정말로 가보고 싶어 하는구나. 진짜 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당신은 해보고 싶은 건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잖아. 정말로 강남으로 갈 생각 있으면 정확히 어느 동네, 어떤 아파트 쪽으로 가고 싶다는 건지 알려줘. 그래야 나도 동네나 학교 분위기, 인프라 같은 게 어떤지 알아볼 수 있지.”


“집 보러 한번 가볼래?”


“벌써 봐둔 곳이 있어?”


“당연하지. 이사를 간다면 아이들 학년 올라갈 때, 방학 시기 맞춰서 가야 될 것 같아서 대충 몇 건 추려보고 있었어.”


“진짜 가려고 하는구나. 난 당신도 마음이 반반이지 않을까 생각했었거든. 나야 이제 회사도 안 다니고, 어디서 살아도 혼자 잘 놀아서 괜찮은데 아이들이 어떨지 그게 걱정이네…”


“아이들은 학년 바뀔 때 맞춰 전학 가면 어색하지 않고, 또 금세 친해질 테니까 넘 걱정하지 말자.”


“그렇겠지? 그러길 바라야지. 근데 정말로 매매해서 갈 수는 없어? 돈 많이 벌었잖아. 도대체 집값이 얼마길래?"


헉! 켁켁! 콜록콜록!

마시던 물이 목에 걸린 인아씨는 한참만에야 기침을 멈췄다. 부동산 매물 검색 사이트에서 알려주는 숫자는 쉬이 믿기지가 않았다.


"진짜로 여기를 간다고? 아, 매매가 아니라고 했지. 어쨌든 전세도, 월세도 어마어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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