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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콩달콩대디 May 10. 2024

출산 후 아내에게 고마움 표현하기

기나긴 임신 기간을 지나 드디어 아내가 출산을 하는 날, 남편은 누구보다도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생명의 탄생이라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이벤트 속에서 아내를 챙기는 일부터 가족들에게 출산소식을 전하는 메신저 역할, 그리고 퇴원 후의 산후조리 준비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병원에 도착하면 아내가 출산을 위해 분만실 또는 수술실로 들어갈 때까지 조금의 불편함도 없도록 곁에서 돌봐야 한다. 이미 해야 할 준비들은 다 마친 상태지만 출산을 앞두고 자잘하게 챙겨야 할 일들이 생기기 때문에 아내가 신경 쓰지 않도록 남편이 그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양가 부모님이 같이 병원에 와 계시지 않는다면 병원 도착부터 출산 후까지 그때그때의 상황을 전화나 문자로 알려드려야 한다. 병원에 잘 도착했다는 소식과 아내가 분만실 또는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후 상황,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면 산모 상태가 어떤지, 신생아 상태가 어떤지를 알려드리고 신생아 사진이나 영상도 찍어서 보내드려야 한다. 또한 양가 형제들에게도 출산 소식과 신생아 사진과 영상을 보내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 아내는 제왕절개 수술을 했는데 수술실 입구까지 아내를 배웅한 이후에는 신생아실로 이동해서 아기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왠지 모를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까지 났는데 지금 생각해도 설레는 마음과 감격으로 일분일초가 느리게만 가던 시간이었다. 남편은 신생아실 앞에서 드디어 아기를 만나게 되면 밀려오는 감동과 감격으로 정신이 없을 테지만 아내와 가족에게 아기의 모습을 전달하기 위한 영상을 찍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의사가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출산소식을 알리고, 병실에 아기를 데려와 산모와 아빠에게 아기를 보여주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내가 겪은 것은 그렇지는 않았다. 아기를 보고 난 후에는 병실로 돌아와서 아내를 기다리는 동안 산후조리원이나 산후도우미업체에 전화해서 출산 소식을 알리고 아내가 퇴원 후 해당 업체를 이용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준비를 하고 회사와 지인들에게도 출산 소식을 알려야 한다.


폭풍과도 같은 하루를 보내고 나면 아빠가 된 감격과 함께 출산하느라 고생한 아내를 보며 끝없는 고마움과 사랑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때 남편이 해야 할 일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본인 마음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닌 말과 행동으로 아내에게 표현하는 것이다. 고마움은 나만의 감정일 뿐이기 때문에 아내에게 그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말과 행동이 따라야 하며, 고마움을 표현하는 행동에는 선물을 통한 물질적인 표현이 포함되어야 한다. 인생을 살면서 느낀 교훈 중에 하나는 다른 사람에 대한 정말 고마운 감정은 작더라도 선물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말은 휘발성이기 때문에 그 순간에만 기억될 뿐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만 선물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준 사람의 마음과 받은 사람의 감동을 간직하고 상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출산은 아내와 남편 모두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해 10개월 동안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생을 하고 드디어 출산을 한 아내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꼭 하도록 하자. 물론 의미 있는 선물의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고 각자의 경제적인 상황도 다르겠지만 안생에 몇 번 없는 중요한 이벤트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기 때문에 남편 입장에서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조금은 무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남편의 선물은 출산한 아내에 대한 고마움의 징표도 되지만 출산을 기념하는 징표가 되기도 한다. 아내들은 출산 후 친구들과 또는 산후조리원 동기들과 출산과 관련된 여러 얘기들을 나누기 마련인데 그러한 얘기 주제 중에 남편이 어떤 선물을 해 주었는지도 포함이 된다. 누구 남편은 어떤 선물을 해줬다라거나 누구 시댁에서는 무슨 선물을 해주었다는 하는 얘기들을 들으면 인지상정으로 내 경우와 비교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서운한 마음이 들거나 반대로 고마운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아내가 속물이라서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남편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고, 힘든 출산을 잘 해낸 것에 대해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 나는 정작 아내에게 선물을 제때 제대로 못 해준 것에 대해 지금까지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 변명이지만 그 당시에는 아내가 육아휴직 예정이었고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면서 사람을 만나지도 못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지금 선물을 줘도 아내가 사용할 일이 없기 때문에 아내가 복직할 시점에 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내가 출산한 시기가 12월 중순이었기 때문에 출산 기간 중 아내의 생일과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겹치는 때였는데 선물 대신 산후조리원 방안에 생일축하 장식과 크리스마스 장식을 꾸미고 손 편지를 써서 주었다. 덕분에 산후조리원 직원분들 사이에는 내가 아내를 위해 이벤트를 준비한 다정한 남편으로 소문이 났었지만 정작 아내는 생일때 작은 선물 하나 없이 장식과 손 편지만 받아서 조금은 서운했었다고 한다. 이후 아내가 복직할 즈음에 아내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하긴 했지만 그때 미루지 말고 바로 선물을 할걸 하는 후회가 아직도 든다. 이 글을 읽는 출산을 앞둔 남편들은 나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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