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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Aug 20. 2024

심장에 박혀있는 하얀접시

깨져버린...

  심장에 박혀있는 하얀접시     


     

  접시가 깨졌다

  무심한 실수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바닥까지 떨어져 깨져버린

  아끼는 하얀접시.     


  접시가 깨졌다.

  깨지며 큰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작은 신음과 함께 깨져버린 하얀접시는

  단지 큰 조각 몇 개로 만 흩어질 뿐, 질척대지 않았다.     


  접시를 치운다.

  큰 조각 위로 작은 조각 올리며 천천히 치운다

  손톱만 한 조각까지 치워내니 어느덧 흔적조차 없다

  대단하지 않았던 실수마저 치워진 듯 깔끔하다.    

 

  접시를 치운다.

  혹시나 보이지 않는 파편 따위 있을까 봐

  무릎 꿇고 꼼꼼하게 바닥까지 훔쳐낸다.

  아끼던 하얀접시는 이젠 기억조차 흐려진다.     


  깨진 마음,

  무심한 실수라고 생각했건만

  결국 깨져버린 아끼던 마음.

  큰소리조차 내지 않고 작은 신음으로 흩어진

  질척대지조차 않던 하얀마음.     


  깨진 흔적 없어지고

  실수마저 지워버려

  기억마저 흐려졌는데...     


  왼손 새끼손가락 끝마디가 따끔거린다.

  눈에 띄는 박힌 조각은 없는데도

  따끔거리다가 사라지길 반복한다.     


  왼쪽 가슴 한 뭉치가 아리다

  흔적조차 없어지고 기억마저 지워졌는데

  아리고 아프더니 사라지질 않는다     


  접시가 깨졌다

  아끼고 아꼈던

  하얀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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