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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개나리처럼,
        나도 다시 피어난다

by 허당 써니 Mar 23. 2025

조용히 다가온 봄처럼, 나의 루틴도 다시 시작된다.     


오늘 아침, 평소보다 늦게 한강을 달렸다. 봄의 기운이 머무는 한강에는 사이클을 즐기는 이들이 러너보다 더 많았다. 겨울이 쉬이 떠나지 않던 지난 몇 주, 새벽 어둠 속을 달리며 나는 봄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새 개나리는 한강 주변을 노랗게 물들였고, 따스한 햇살은 내 마음속에도 조용히 스며들었다.

봄은 그렇게, 우리 삶 속에 조용히 찾아와 있는지도 모른다.     


“봄은, 오는 것이 아니라 와 있는 것이다.”

— 김종삼, 봄     


주말 동안 다녀온 부산 골프 행사로 몸은 다소 지쳐 있었지만, 오늘 아침의 공기 속에서 나는 오히려 새로운 순환됨을 느낀다. 사무총장으로서 첫 공식 행사였기에 부담도 있었지만, 함께한 이들의 웃음 속에서 나의 역할이 누군가의 하루를 밝게 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나에게 최선을 다해준 것, 그 자체로도 충분히 고마운 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가볍게 아침을 먹고 화분에 물을 주는데, 무심히 지나치던 제라늄 화분에 분홍빛 꽃봉오리가 피어 있었다. 2년 전 양재꽃시장에서 분양받아 꽃이 피길 기다려왔건만, 언젠가부터 초라한 잎만 남아 있어 기대를 접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오늘, 바로 오늘. 작지만 선명한 그 꽃은 마치 봄의 축복처럼 내게 말을 걸었다.

“꽃이 피는 이유는, 단지 피고 싶었기 때문이야.”     

오늘 이후로 왠지 모든 것이 더 잘 풀릴 것 같은 느낌. 그것은 꽃 때문이 아니라, 꽃을 보고 설렐 줄 아는 내 마음 때문이리라.


그리고 문득, 내가 지키고 싶은 루틴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는 내 삶의 루틴을 사랑하고, 그 속에서 뛰는 심장을 느낀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는 감각, 그 단순한 진실을 매일 같이 경험하고 싶다.     

그 행복을 나누는 일은 나의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이어진다.

아침마다 아들과 남편에게 좋은 영상이나 시구, 인용문을 톡으로 전한다. 당장은 마음 깊이 닿지 않더라도, 그 말들이 쌓여 언젠가 그들의 삶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직장에서는 상사인 내가 먼저 눈을 맞추고 인사하려고 한다. 목소리를 한 톤, 두 톤 높여 환하게 말할 때, 그 인사가 동료들의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햇살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엘리베이터에서 스치는 이웃, 길을 달리다 마주치는 러너, 업무상 만나는 고객들까지,

나는 먼저 웃으며 다가가려 한다. 나의 인사가 그들의 마음을 가볍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고, 철학자의 말을 되뇌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단순한 실천이 내 삶의 본질을 말해주는 것 같다.     


이른 아침, 커피를 내리고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봄’ 1악장을 틀어놓는다. 

예전엔 주말이면 침대와 하나가 되어 피곤을 잊으려 했지만, 요즘 나는 혼자만의 루틴을 더 소중히 여긴다. 새벽의 고요를 즐기고, 책 속에서 다른 시간과 공간의 사람들과 조우하며, 표현에 어색하고 무감각했던 내가, 나를 표현하고 일상에서 느낀 모든 것을 글로 써본다. 이 시간이야말로 나를 가장 잘 치유하고 성장시키는 순간이다.    

 

결국, 나를 힐링시키는 힘도, 나를 다시 달리게 하는 에너지도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마음이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를 스치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온기가 되기를, 나는 오늘도 조용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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