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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s Mar 05. 2024

4장. 다시 지구대로

1) 스크린 경찰 VS. 현실 경찰 2) 다시 지구대로

1) 스크린 경찰 VS. 현실 경찰


우리는 영화, 드라마 등 경찰 소재로 제작된 많은 미디어 물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들 영화,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선과 악의 박진감 넘치는 대결, 그리고 선의 승리.

새로운 소재와 연출 등으로 늘 우리에게 재미와 통쾌함을 선사한다.


형사가 살인범을 끝까지 추격하여 검거, 재벌 2, 3세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는 열혈형사, 어린아이 유괴범과 이를 해결하는 프로파일러, 마약 범죄와 사투를 벌이는 마약수사반, 뺑소니 범죄를 해결하는 교통조사관, 조직 폭력배와 일전을 치르는 광역수시대,

근육으로 무장한 일당백 형사 등 수 없이 많은 스크린 속 경찰관이 있다.


대부분 권선징악의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작되고 소비되는 것을 보면 경찰 활동에 관해 우리 이웃들의 관심이 많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그래서 영화와 현실의 차이를 나누어 살펴보기로 했다.


스크린 속의 경찰(형사)의 박진감 넘치는 멋있는 모습과 비교해서 어쩌면 독자는 현실의 대한민국 경찰관에게 실망할 수도 있다.




[스크린 경찰관]

주인공인 열혈 형사가 살인 사건 현장에 도착한다. 폴리스 라인 앞에 제복 경찰관 두 명이 현장 통제하고 있다.

주인공은 자신이 형사라고 말하고 제복 경찰관은 그에게 거수 경례 한다.


주인공은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밤낮 증거를 수집하고 주변 인물을 하나하나 탐문하며 그 흔적을 찾아 헤맨다.


그러다가 범인을 길에서 마주친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시작된다.


범인은 지나가는 시민의 이륜차(오토바이)를 탈취 후 도주하기 시작한다. 형사는 다른 시민이 운행하는 오토바이 또는 승용차량 운전자에게 신분증을 보여주며 사용하겠다고 하고 신호위반과 각종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며 추격한다.


[현실 경찰관]

112 살인 현장 신고가 접수된다.

지구대 경찰관은 가장 먼저 참혹한 현장을 마주한다.

현장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단서를 찾는다.

예를 들어 흉기, 발자국, 침입구, 혈흔의 모양 등을 살피면서 사진 촬영한다. 

현장을 있는 모습 그대로 보존한다.


피해자의 인적사항 및 가족 등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체크리스트를 작성한다.

이와 동시에 형사당직반, 과학수사관에게 연락하여 출동 요청한다.

이들이 도착하면 현장 인계 후 지구대로 돌아가서 상황보고 등 필요 서류를 작성 후 담당부서에 넘긴다.


형사와 지구대 경찰관은 업무의 차이가 있는 것이지 상하 명령관계가 아니다. 따라서 거수경례 따위는 하지 않는다. 오늘의 제복 경찰이 내일의 사복경찰(형사)이 될 수 있고 또는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형사가 길에서 범인을 마주쳐 추격할 때 시민의 재산인 오토바이(이륜차) 또는 승용차량을 긴급업무 수행을 이유로 사용하는 것, 다른 말로 국가의 이름으로 강제 차출하는 경우를 나는 못 봤다. 왜냐하면 국가에서 대신 책임져주는 경우를 못 봤기 때문이다. 물론 손실 보상이라는 제도가 있으나 어디 간단하게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어야지 말이다.


신호위반 하며 급하게 추격하는 것도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교통사고가 나면 그 추격이 과도한 것은 아닌지, 적정했는지 등 사후에 조사받는다.

당사자인 경찰관은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 교통사고가 없어도 신호위반 등 법규 미준수에 따른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현장 경찰관은 개인 책임의 부담을 안고 사건으로 뛰어든다. 때문에 소극적 대응이 종종 생긴다.


형사는 매일 지구대에서 발생되는 사건을 맡아서 처리한다. 그 양이 너무 많아 항상 피곤이 육신을 괴롭힌다. 우리나라 형사제도 태생이 이렇기 때문에 영화처럼 한 가지 사건을 깊게 가져가기 어렵다.

그리고 엄격한 절차가 경찰 활동을 통제하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어떠한가? 영화와 많이 다르지 아니한가.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스크린 경찰관]

동네 덩치 있는 남자들이 서로 싸우고 있다.

때마침 그곳을 지나가는 열혈 형사,

일명 양아치들을 하나하나 강력한 무력으로 제압한다.

그리고 뒤늦게 나타난 제복 경찰들에게 명령한다. "야! 겁내지 말고 빨리 데려가." 제복 경찰들은 우왕좌왕하며 그의 지시에 따른다.


[현실 경찰관]

폭행 현장에 지구대 제복 경찰관이 도착했다.

덩치 있는 남자들은 본인이 형사라고 하는 자칭하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제압되어 바닥에 누워있다.

제복 경찰은 누워있는 남자들처럼 자칭 형사도 바닥에 눕힌다. 그러고 나서 그들 모두 현행범 체포한다.


왜?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관을 '거리의 판사'라고 추켜세운다. 하지만 '거리의 판사' 문자 그대로를 믿고 형사소송법 등 절차를 무시한 채 빨리빨리 정신을 발휘하여,

"둘 다 잘못했으니 판단 및 제압은 내가 한다."라는 마음으로 위와 같은 자칭 형사처럼 행동했다가는 폭행 전과범이 될 확률이 지극히 높다.


외에도 많은 예시가 있지만... 줄인다.


영화 등은 재미와 극적 효과를 위해 어느 정도 과장이 허용된다.


문제는 일부 시청자들이 이것을 진실로 믿은 나머지 현실 경찰관이 영화처럼 적극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그릇된 것을 진실로 믿는 일부 시민은 고민 없이 경찰을 비판하기도 한다.)


어떤 신고자는 제복 입은 경찰관이 현장에 나가서 절차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는데 그 속도가 느리다고 항의한다.

또 어떤 신고자는 경찰 권한 밖의 생활불편 신고를 해놓고 "경찰이 해결해 주지 않느냐."며 떼쓰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하니까 형사가 되지 못하고 저러고 있지."라는 망언을 부끄러움 없이 내뱉는다.


영화와 같은 경찰활동을 하려면 법의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의 경찰활동은  언론과 국민에게 평가받는다.

비판을 받기도 하고 종종 칭찬을 듣기도 한다.


직 경찰관으로서 한 가지 바라는 것은

어떤 사건을 경찰관이 절차에 따라 대응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비판을 받는 경우, 경찰관이 그렇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원인을 찾아 언급해 주었으면 한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경찰관은 선량한 시민의 편이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당신을 외면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경찰관에게 성원과 칭찬을 더해 준다면 들은 국민의 부름에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한민국 현장 경찰은 아프다. 국민의 지지와 칭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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