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지구대 거울에 비친 나
출근과 동시에 옷을 갈아입고 경찰외근 장비를 하나하나 몸에 올려놓는다.
경찰 장비의 무게가 더해갈수록, 긴장의 무게도 더해간다.
신임 경찰관으로 생활할 때는 모든 것이 신기했고 사건 현장 속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고 접수 무전 소리에 심장이 요동친다.
사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해법을 찾아보거나 현장의 복잡함을 그려보며 정신적으로 대비를 한다.
'내가 아니면 좋겠다.'
현장 경찰관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왜냐하면
일부는 술 취함의 핑계로 욕설과 손찌검을,
일부는 본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으름장을,
일부는 경찰관 상대 우월감을 드러내고자 반말과 소리 지르기를,
일부는 정당한 절차라도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아 국민신문고를 통해 출동 경찰관을 괴롭힘으로,
일부는 경찰권한 밖의 생활불편 신고를 하며 해결하라고 떼쓰고,
일부는 인적 한계, 거리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출동이 늦는다고 현장 경찰관을 비웃고 비난하고,
일부는 본인의 부모도 아무 말 안 하는데 경찰관이 왜 상관하냐고 하고,
이상 수많은 이유가 있다.
하지만 현장 경찰관은 '내가 아니면 좋겠다.'라는 내적 갈등과 싸워서 이긴다. 내가 아니면 동료가 현장의 거센 바람과 마주쳐야 하기 때문이다.
무섭고 겁나는 현장, 짜증 나고 떼쓰는 현장, 위험하고 어려운 현장이 기다리고 있어도 회피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현장 경찰관들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료가 112 신고 접수받고 현장으로 출동하면 인근에 있던 다른 경찰관도 도와주기 위해 출발한다.
현장에서 동료가 없었다면 난 단 하루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경쟁자가 아니다.
그들은 나를 위험으로부터 지켜주고, 나도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준다.
나는 지구대 사물함에 부착된 거울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그러고 나서 문을 닫았다.
오늘도 즐거울 수 없는 신고 현장에 있겠지만 동료와 함께 강하고 담대하게 이겨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