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이 안 믿겨져요
아들의 고백
어느 평범한 주일 저녁,
평소처럼 아빠, 엄마, 누나, 아들 네 가족이 식탁에 모여, 가정예배를 드렸습니다. 갑자기 초등학교 3학년 우리 아들이 가족들에게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고백을 덜컥 했습니다. (우연히 5년전 용인에 살았을 때 주말 사진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우리 가족은 모여서 가정 예배를 드렸었네요. 5년 넘게 단 한번도 가족에게 전하지 못했던 사실을 전해줘서 마음 한 켠 고마운 느낌도 있긴 있었으나, 초등학교때 계단에서 갑자기 똥침이라도 맞은 것처럼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절대 대비할 수도, 대처할 수도, 예상할 수도 없었던 고백.)
"아빠, 저는 솔직히 아직 하나님이 계신지, 예수님이 정말 부활하셨는지 믿지 못하겠어요. 진짜라면 그 증거를 좀 알려주세요."
우리 딸이 네살 때 아침에 응가를 하다가 코가 답답하다고 해서 들여다 보니, 콧구멍 안에 블루베리 한 알이 있었던 그 날 아침보다, 우리 아들이 세살 때, 숫자를 읽으며서 일, 이, 삼, 사, 오, 육, 칠, "에", 구, 십...
'얘는 왜 팔을 에라고 읽을까...'라며 황당했던 그 날보다 더욱 더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아마도 우리 아들은 팔과 eight를 혼동했던 것으로 추정합니다.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자란 놈이 왜...)
두살 때부터 교회를 나가기 시작해서, 거의 모태 신앙인 것처럼 살아온 저로서는 한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던 문제였던지라, 제가 대답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 너는 그럼 원숭이가 진화를 해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믿는다는 거니?" 라는 아주 1차원적이고 고루한 질문을 다시 아들에게 던지는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우리 아들을 위해 생각날 때마다 기도를 하고, 다음 주일이 오면 가정 예배때 "믿음이 좀 생긴 것 같니?" 물어보고, "글쎄요"라는 답을 듣고, 다음 주일에 다시 묻고, "글쎄요" 다시 듣고...몇 달 정도 하다가...
'아, 이건 좀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전에 똑똑하기로는 둘째가면 서러운 아인슈타인 선생님께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output을 얻기 위해서 다른 input을 넣어봐야 겠다는 깨달음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아들의 뇌 구조가 그리고 믿음이 생성되는 프로세스가 아빠의 그 것과는 다르다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심정으로, 우리 아들의 믿음은 아빠의 믿음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치밀한 믿음이 되길 바라며...
시간이 며칠 그리고 조금 더 흘러 어느 날 저녁, 퇴근하고 회사 앞에서
친한 형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그럼 ChatGPT에게 물어봐"라는 아주 간단한 그리고 자칫 성의없어 보일 수도 있는 조언. 하지만 그 조언에 자꾸 마음이 가게 되어.
며칠이 지나고 정말 물었습니다, 내가 모르는 정말 어마어마한 증거를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큰 기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