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 왕국의 위기

by 방구석의 이자카야

그날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스마트폰 화면에 뜬 알림 하나가 나를 멈춰세웠다.


‘계좌 잔고 부족. 결제 실패.’


문장은 짧았으나, 그 충격은 폭탄 같았다.

나는 한참을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은행 앱을 열었다.


잔고는 귀여웠다.


‘아니, 이게 진짜야?’


그동안 배달앱과 쇼핑몰 결제 버튼을 얼마나 기분 좋게 눌렀던가.

그 가벼운 클릭들이 내 통장을 얼마나 철저히 비웠는지,

그제야 실감이 났다.


"와, 이게 진짜네...“


작게 중얼거리며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천천히 방 안 전체를 훑었다.

늘 안정적이고 아늑하다고 믿었던 이곳이

마치 난파 직전의 배처럼 보였다.


책상 위에는 먹다 만 배달 음식 용기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구석에 있는 쓰레기봉투는 곧 터질 것처럼 불룩했다.


‘괜찮아. 엄마한테 부탁하면 돼.’


익숙한 해결책이 머리 속을 스쳤다.

하지만 곧 며칠 전 들었던 엄마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너도 이제 네 힘으로 좀 살아봐. 언제까지 엄마한테 기대려고만 할 거니?”


엄마의 단호한 말투가 다시 떠오르자,

나는 침대 위로 힘없이 주저앉았다.


"방법이 필요해..."


작게 중얼거리며 노트북을 켰다.

검색창에 '방에서 할 수 있는 돈벌이'라고 적어 넣었다.


설문조사, 데이터 입력, 중고 물건 판매,

심지어 게임 아이템 거래까지.

수많은 목록이 화면에 떠올랐다.


화면을 몇 번 스크롤하다가 손을 멈췄다.

‘정말 이걸로 돈을 벌 수 있다고?’

회의감이 몰려왔다.

결국 노트북 화면을 덮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이 복잡했고,

겹겹이 쌓여 있는 쓰레기들은 나를 비웃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 웃어라. 너희는 저기 편하게 쌓여 있으니 좋겠지.'


결국 침대에 다시 몸을 던졌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결제 실패 알림과 빈 잔고는

머릿속에서 나를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밥을 끊으면 되지 않을까?'

'아니, 인터넷을 끊는 건 어떨까?‘


말도 안 되는 상상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진짜... 큰일 나겠는데."


작게 중얼거리며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밤은 길고, 답은 멀어 보였다.


그렇게 나는 스르륵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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