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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하는 첫 번째 생일

by 방구석의 이자카야

나는 생일이 싫었다.


어릴 때는 케이크에 초를 꽂고
소원을 빌던 날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생일은
그저 또 한 해를 버텨낸 날이 되어버렸다.


특별한 의미도,
기쁜 감정도 없었다.


그냥 "또 살아버렸네."
그런 느낌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생일이 다가오면
숨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게 지겨워질 때쯤,
나는 남편을 만났다.




남편과 결혼한 후 처음 맞이한 생일,

우리는 남편의 자취방이던, 반지하에서 살고 있었다.


창문을 열어도
붉은 벽돌이 보이는 곳.


비가 오면 습기가 가득 차고,
햇빛은 겨우겨우 들어오던 곳.


그곳에서,
우리는 이틀 연속 생일을 보내야 했다.


왜냐하면,
남편의 생일이 먼저였고,
그다음 날이 내 생일이었으니까.




남편의 생일날,

나는 작은 케이크를 샀다.


"축하해."
나는 어색하게 말했다.


남편은 피식 웃더니,
케이크를 한참 바라봤다.


"이틀 동안 써먹을 거야?"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당연하지."


남편은 한숨을 쉬더니,
촛불을 불었다.


그렇게,

우리는 반지하에서의 첫 번째 생일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남편이 내 앞에 어제와 똑같은 케이크를 들고 섰다.

"생일 축하해"




예전에,
나는 인스타그램에 친구들에게 받은 선물을 잔뜩 올렸었다.


화려한 포장지,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들,
예쁜 디저트 사진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내 생일이 별로 축하하지 않는 날이라서
그런 사진들을 더 많이 올렸던 것 같다.


축하받고 싶은 마음,
"나는 이렇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나 자신에게라도 증명하고 싶었던 마음.


그게 아니었다면,
그렇게까지 잔뜩 사진을 올릴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해 생일은 달랐다.

아무것도 올리지 않았다.


그 대신,
나는 남편을 꼭 안고 있었다.


"생일 축하해."

남편이 내게 속삭였다.


나는 조용히 촛불을 바라보다가,

속으로 작은 소원을 빌었다.

"이 사람과,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기를."


그리고,
살짝이 웃으며 촛불을 불었다.


반지하였지만,
서로가 있어서 따뜻했던 생일.


나는 처음으로

내 생일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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