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 가게에서 3년 동안 무급으로 일했다.
월급을 받은 적도 없었고,
모아둔 돈도 얼마 없었다.
왜냐하면,
모아둔 돈을 전부 엄마 가게 리모델링에 쏟아부었으니까.
업자를 부를 형편이 안 돼서,
셀프로 리모델링하면서 시간과 돈을 다 써버렸다.
다행히 가게가 대박이 나면서
상황이 나아졌고,
이제는 월급을 꾸준히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이 줄어든 건 아니었다.
월급을 받으면서도 외주를 병행해야 했고,
거기에 학자금 대출까지 있었다.
남편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고소득 직업이 아니었고,
모아둔 돈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결혼을 하려면?
집이 있어야 했다.
우리는 LH 신혼부부 전세 유형에 신청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넣어는 보지만 될까?"
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당첨됐다.
...... 그 순간,
"와, 됐다!"
라는 기쁨도 잠시,
곧바로 혼인신고를 해야 한다는 현실이 닥쳐왔다.
LH 계약을 하려면,
혼인신고가 되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대출을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었고,
남편은 시간이 되는 날 구청에 가기로 했다.
구청 직원: "배우자는 어디 계세요?"
남편: "아, 저기... 바빠서 못 왔어요."
구청 직원: "... 아, 네. 그래요?"
그렇게,
남편 혼자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
혼인신고 하는 자리에 나는 없었지만,
우리의 결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그날,
전화로 남편에게 물었다.
"어때? 이제 유부남 된 기분이?"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음... 뭔가 실감은 안 나는데,
이제 도망 못 가는 건 알겠어."
돈도 없었고,
결혼식을 올릴 여유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류 한 장으로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웨딩드레스, 성대한 예식, 화려한 신혼여행으로 떠올리지만,
우리의 결혼은
LH 서류, 대출 상담, 그리고 남편 혼자 한 혼인신고였다.
하지만,
나는 이 시작이 싫지 않았다.
우리는 현실 속에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결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