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nny Sep 14. 2023

임신이라니?!

어릴 때부터 아이좋아다. 인도 어리면서 아기랑 놀아주고 안아주고. 잠깐이지만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기도 했다. 여전히 아이들은 좋다.


하지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자연스레 딩크가 되었다.  직업이 임신과 출산으로 쉬기에는 복귀도 어렵고, 남편은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에겐 경제적 여유가 부족했다. 편과 연애를 할 때부터 키워온 강아지와 함께하며 아기 생각은 더욱 저 멀리 사라졌다. 강아지 동반이 가능한 곳은 노키즈존이 많았고 자연스레 그런 곳들만 다녔다. 계절마다 캠핑을 다니고 심야영화도 자주 보고.

그렇게 우린 아기 없는 4년의 결혼생활을 했다.

물론 어른들께는 딩크라고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은근 포기하시는 눈치였다.


방심하는 사이 임신이 되었다. 특별히 조심하는 편이었지만 하늘이 준 선물은 불쑥 찾아오고 말았다.

때가 되어도 하지 않는 월간 행사에 약간의 의심은 들었지만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아기는 없다고. 강아지와의 산책 길에 편의점에서 구입한 테스트기.

불안한 마음으로 확인한 결과 두줄!!!


남편은 예상했는지 뭔가 교과서적인 답변이었다. 약간은 당황하면서도 좋아하며 꽃을 사가야 하냐고 했다.

꽃은 무슨. 남의 속도 모르고.

우린 전혀 부모가 될 준비가 안되어 있잖아.

좁은 집에 우리의 취미생활로 가득한 맥시멀리스트.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따위는 없는 자영업자인 나.  

아기를 좋아하지 않는 남편.


확실하게 확인차 퇴근 후에 갈 수 있는 병원을 급하게 검색했다. 다음날 퇴근 후 두근두근. 제발 테스트기가 틀리기를. 하지만 마음이 무거운 이유는 임신이란 걸 직감해서일까? 확인사살이라고 해야 하는지.

역시나 임신이 맞다고 했다. 너무 극초기라 심장 소리를 들을 수도 없고 예정일도 알 수 없다고? 그런데 그 병원은 분만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 알았다. 분만을 안 하는 산부인과도 있다는 걸.


정신이 없는 와중에 남편에게 물었다. 아기를 지우는 것은 어떻겠는지. 우린 부모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절대 안 된단다. 낳으면 어떻게든 키울 수 있다고. 아기를 싫어하는 남편입에서 나올 소린가 싶다. 제발 어른들에게는 안정기에 들 때까지 말하지 말자고 다짐을 받았다.


그렇게 뜻밖에 찾아와 준 아기는 우리에겐, 아니 나에게는 적잖이 당황스러움 그 이상도 아직은 아니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