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기 싫은데 자꾸 닮아요, 무의식 실화냐

미워서 닮아가요

by 정우다움

고등학교 시절, 나는 운동선수였다.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에 매달렸다.


그런데 문제는,
가끔 동료 중 누군가가 지쳐서 페이스를 놓치면
우리 모두의 훈련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


어떤 날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지옥 같은 시간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운동을 잘하던 친구들은
뒤처진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한숨을 쉬고, 욕을 하고, 고함을 질렀다.


“쟤 때문에 우리가 고생하잖아.”


불만과 분노.
그리고 그 안엔,
‘나는 맞고, 너는 틀렸어’
라는 자부심이 숨어 있었다.


사람들은 종종
불합리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그 책임을 타인에게 넘긴다.


자신은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역할에
중독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기 합리화라는 보상을 받는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혐오했다.
누군가를 탓하며 정의로운 척하는 그 모습이 역겨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을 보면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그런 감정을 외면하고
회피할수록,


내 삶에는
그런 사람들만
더 많아졌다.


유유상종.
싫어할수록 더 끌리는 역설.

의식은 거부했지만
무의식은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며느리가 그렇게 싫어하는 시어머니를 닮고,
아버지를 미워한 아들이
결국 그 아버지를 닮는 것처럼.


최근에서야 나는
그 모든 감정들을
흘려보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감정은
한 번의 ‘해소’로 끝나진 않았다.

그건 마치
양파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는 일과 같은 것이니까.


끝도 없이 올라오는 감정들을
하나씩 마주하고,
흘려보내고,
다시 마주하는
끊임없는 과정.


그건 고통의 훈련 같았다.
하지만 그 끝에는
항상
고요함과 평화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감정 해소는 순간이 아니다.
삶의 여정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