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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바 May 16. 2024

[ep.1]물 수 헤엄칠 영

운동의 매력을 알게해준 너

처음 수영을 배웠던 건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휴학했을  때였다.

그전까지 나는 흔히 맥주병이라고 부르는, 개헤엄조차 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던 건

물에 떠 있으면서 숨을 쉬어보고 싶다는 갈망 때문이었다.

자유형을 할 때 자연스럽게 숨을 쉬는 동작,

"음- 파!"

평일 낮 수업 시간 4, 50대 어른들과 같이 배우다 보니 20대 초반의 나는 자연스레 계속 월반하며 수영을 배우게 되었다.

운동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이 모락모락 자라났다.




자격증을 따고, 취업하고, 학원도 다니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러는 동안 운동은 나에게 먼 꿈나라의 이야기였다.

새벽별을 보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하고,

파김치가 된 몸으로 밤중에 아이를 찾아오는 바퀴 같은 직장맘의 삶 속에 운동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있을 리가.

그러다 2017년 교대근무를 시작하게 되면서 나의 플랫한 일상에 약간의 변주가 생기기 시작했다.

4일 주기로 주말이나 공휴일도 없이 일을 하지만

그 속에서 평일 낮의 시간을 오로지 나를 위해 사용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가장 처음 한 것은 수영 등록.

평일 11시, 여전히 4, 50대가 대부분인 레인에서

나는 가장 뒤, 검은색 수영복을 입고 발차기부터 다시 시작했다.


한 달, 두 달, 1년..

내 자리는 점점 앞으로 바뀌어 나갔다.

앞뒤 간격이 최대한 벌어지지 않도록 수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내 뒤로 자리하시게 되었다.

다니면서 보니 70대의 어르신들까지 계시더라..

수영은 물론이고 탁구며 골프에 여러 운동을 하루에 몇 개씩 하시더라는.

그분들의 열정과 체력에 매일 엄지척을 날렸더랬다.


매일 수영 생각이었다.

4가지 영법 중에 가장 자신이 있는 건 '자유형'이었다.

물을 당겨온 후 팔을 쭉 뻗는 글라이딩을 잘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속도가 제법 났다.

모든 운동이 그러하듯, 수영도 힘을 빼야 더 오래 힘들지 않고 잘할 수 있다.

내게 가장 어려웠던 '접영'을 잘하고 싶어서

수업을 마치고 나면 수영 동영상을 얼마나 찾아봤던지..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며 혼자 있을 때 허우적대며 연습했지만, 물에 들어가면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봐왔던 영상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 수영 실력은 시나브로 늘어갔다.

너무 좋아했으니까,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으니까!

자연스럽게 마스터 반의 1번 자리를 고수했고,

수영복은 무지갯빛 총천연색에 끝없이 화려해졌으며,

수영은 내 '인생운동'이 되었다.


그러던 중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일상의 모든 접촉이 하나씩 차단되었다.

특히나 수영은 마스크도 낄 수 없는 데다,

호흡을 필요로 하는 운동이라 먼저 감시의 표적이 되었다.

출근 시간이 맞지 않아서 수영을 갈 수 없는 날은

가끔 반차를 쓰기도 했던 만큼 사랑했던 운동이었는데,

세계를 강타한 전염병은 내 일상을 다 얼려버렸다.

그리고 한 번 멀어진 '수영'은 쉽사리 다시 시작하기 쉽지 않았다.




지금은 또 다른 운동이 나의 일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나에게

"어떤 운동을 좋아하세요?" 하고 묻는다면

0.1초의 주저함도 없이 "수영이요!"라고 말할 것이다.

물살을 가를 때의 쾌감,

오로지 내 몸의 움직임 만으로 만들어내는 파동,

한 겨울에도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게 하는 운동량

이 모든 것이 내게는 사랑이다.


나에게 운동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수영',

다시 시작할 것이다, 올해가 가기전에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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