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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바 May 20. 2024

[ep.2]내려올걸 왜 올라가냐고

그게 매력인 것을

보는 사람마다 운동을 하자고 한다, 요즘의 나는.

기분이 찌뿌드드할 때

날씨가 좋을 때

몸이 근질근질할 때

이 모든 순간들이 '운동하기에 적절한 때'인 것이다.


공부 친구가 전자책을 발간했다.

에세이 분야 1위까지 거머쥐어버린 그녀의 삶이야기.

그 책을 읽은 다른 공부 친구가 쓴 후기를 읽어 내려가다

카톡방에 글을 썼다.

"같이 산에 가요!"

평소 늘 해사하게 웃으며 미모를 뽐내던 공부 친구에게

마음의 그늘이 드리우고 있었다니..

운동 전도사는 참을 수 없지!


그리고 나를 포함한 공부친구 셋은 해가 곱게 내리쬐는 어느 날 아침 서울대에서 만났다.

목적지는 관악산.

서울대입구역에서 5513번 버스를 타고 서울대 안 건설환경연구소 앞에서 내리면 짧지만 딱 오르기 좋은 등산로 나온다. 나중에 이 버스를 타고 애들이 학교 다니면 좋겠네~ 하며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1시간 정도 오르면 연주대에 오를 수 있다.

지난겨울 아이들과 함께 꽁꽁 언 관악산을 올랐었는데,

초록이 무성한 산은 지금 이 어여쁜 계절을 뽐내듯 자랑하며 싱그러움을 안겨주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애들 키우는 얘기도 하고,

내 몸 아픈 이야기도 하고,

심박수는 대체 어디까지 오르나 워치도 쳐다보며

한 걸음 한 걸음 산을 올랐다.

영어에서부터 독서, 필사, 요리를 넘어 온갖 '배움'을 같이 하고 있는 친구들이지만 등산은 처음이었다.

두 분을 잘 보필하라며 다른 친구는 커피를 보내준다.

어깨가 더 무겁다.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모든 걸음은 스스로 쌓아야 하는 거니까.



며칠 전 비가 온 터라 산 여기저기에 물이 바삐 흐른다.

작은 웅덩이는 이 산의 낙엽을 안고

5월의 큰 하늘을 품고 있었다.

그 모습을 찍는 공부 친구, 그 친구를 담는 나,

그런 나를 찍는 다른 공부 친구.

이 웅덩이 하나가 우리에게 예쁜 쉼표 하나를 안겨준다.



느리지만 꾸준한 우리의 걸음은

이 바위 하나를 보기 위함이었던가.

1시간 남짓의 등산인 것에 비해

우뚝 솟은 바위의 위용이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참 포토스팟이기도 하다. 인증은 소중하니까!

뒤로 보이는 티끌 하나 없는 새파란 하늘은

남아있던 작은 잡념까지 싹 날려주기에 아주 충분했다.

정상에서 빠지면 섭섭할 오이에 김밥까지 야무지게 먹고

힘겨이 오른 그 길을 그대로 내려갔다.

자기만의 속도와 걸음으로 오를 때보다 조금은 익숙한 돌부리와 계단들을 꾹꾹 눌러 밟으며 내려와 등산을 마무리했다.

 


등산 후엔 아이스 아메리카노지!

여러 공부 친구들의  막걸리 회식 응원에 화답하지 못하고

근처 커피숍으로 향했다.

얼음 동동  아메아메아메아메아메~

해도 해도 부족한 수다를 마저 좀 더 나누고 아이들 하교시간에 맞추어 우린 헤어졌다.

다시 엄마의 자리로 돌아갈 시간.




이 한 번의 등산으로 어찌 인생의 고민이 얕아지겠는가.

그리 쉬이 없어질 것이었으면

애초에 머리를 싸매지도 않았으리라.

하지만 이 시간이 마중물이 되어

공부 친구의 마음속 어둠을 아주 약간이라도 옅게 해 주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내려올걸 왜 올라가냐구요?

일단 한 번 올라가 보세요, 우리 그다음에 얘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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