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발트해의 보석, "탈린(Talin)". 그 두 번째
* 앞의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탈린은 구시가지만 해도 바운더리가 상당히 넓다. 또한 구시가지를 벗어난 곳에 에스토니아에서 지나친 공원 중 가장 멋진 공원이라고 생각되는 카드리오르그(Kadriorg) 공원이 있는데, 이 공원 또한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 그러다 보니 글의 분량이 많아져서 독자들의 지루함을 줄여보고자 탈린은 2회로 나누어 연재를 하게 되었는데, 이번 글은 그 두 번째 이야기에 해당한다.
# 첫째 마당: 시청사 및 시청사광장
유럽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광장문화를 들 수 있는데, 탈린 현지인들의 삶의 중심축이 되는 곳 또한 뭐니 뭐니 해도 시청사 광장이다. 탈린의 시청사 광장은 여타 유럽도시의 그것보다 상당히 넓은데, 그 광장을 온갖 것들을 팔아 대는 상인들이 점령해 버렸다. 광장 주위 또한 각종 레스토랑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는데, 멀리서 바라보면 천장이 없는 거대한 쇼핑몰을 연상케 만든다. 그리고 실로 엄청난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어, 시청사 광장의 레스토랑이나 상점은 이들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대고 있다. 이렇게 말이다.
사진으로 보면 그나마 조금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막상 시장 광장 안으로 들어서게 되면 정신없을 정도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것을 조금 심하게 싫어한다. 때문에 시청사 광장 관광은 아래 사진에 보이는 시청상 건물에 눈길 한 번을 던져 주는 것으로 만족하고, 광장을 패스할까?라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시청사 광장에 접하여 1422년 개업한 이래 10대에 걸쳐 계속해서 영업을 해오고 있는 약국, 어쩌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에스토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이 있기 때문이다. 이 약국은 탈린에 온 이상 반드시 들러보아야 할 곳으로 소개되어 있을 정도인데, 그것은 이미 관광상품이 되어버려서 이렇게 약국으로 가는 길이 건물 벽면에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다.
이 사진 속 화살표를 따라가면 문제의 그 약국과 마주치게 되는데 여기가 약국의 입구이다. 보다시피 약국은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들로 북적대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약국 안의 풍경인데, 무언가 역사가 느껴지는 것만 제외하면 전형적인 약국의 모습이다.
약국 안의 창문을 통해 시청사 광장을 바라보니 다시 저곳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떨어진다.
그것은 시청사 쪽으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이다.
## 둘째 마당: 덴마크왕의 정원
탈린에 '덴마크왕의 정원(Danish King's Garden)'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처음 이 공원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에스토니아의 수도인 탈린에 어떻게 덴마크왕의 정원이란 이름을 가진 공원이 있을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마도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그런 의문을 가지게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에스토니아 사람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는지, 덴마크왕의 정원 입구에는 어찌하여 이곳에 이러한 이름이 붙게 된 것인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놓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그렇지만 첫 줄에 "presumably"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에스토니아 사람들조차도 이곳을 덴마크왕의 정원이라고 부르게 된 유래에 대한 확신은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발견하기 어려운 (성벽의) 아랫단, 그것도 후미진 곳에 이렇게 덴마크 국기가 선명한 것을 보면, 이 공간과 덴마크(왕)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덴마크왕의 정원은 '정원'이란 이름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잘 가꾸어진 정원이란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그저 탈린 구시가지의 고지대인 톰페아를 감싸고 있는 성과 저지대가 시작되는 부분의 중간에 끼여 있는, 어쩌면 고지대와 저지대의 경계선역할을 하고 있는 공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던가? 위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는 느낌이 잘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덴마크왕의 정원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기로 하겠다.
앞의 글에서 이야기했던 니굴리스테(Niguliste) 교회의 모습, 특히 첨탑의 모습은 이곳에서 잘 볼 수 있다.
덴마크왕의 정원 곳곳에 이렇게 사제복을 입은 동상(얼굴 부분은 비어 있다)들이 많이 서있는데, 글쎄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모습에서 도네이션을 바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불경스러운가?
### 셋째 마당: 구시가지 이곳저곳 들러보기.
1. 비루 문(Viru Varäv)
비루문은 탈린의 구시가지 관광의 출발점이 되는 곳으로 쌍둥이 탑이 특징적인데, 내가 탈린을 찾았을 때 비루 문과 그 주변은 보수작업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때가 벌써 7년 전이니 지금은 온전한 모습으로 탈린을 찾는 이들을 반겨주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멀리서 볼 때에는 보수가 필요 없는데 웬 작업일까 싶었는데, 이렇게 보니 보수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를 알 듯도 싶다.
구시가지 안으로 들어서서 바라본 비루 문.
2. 카타리나 골목(Katarina Käig)
비루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뮈리바헤(Müürivahe)로 들어서게 되는데, 이 거리를 들어서면 탈린의 구시가지가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위 사진 속의 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왼편으로 이런 것을 만날 수 있는데, 여기서부터 카타리나 골목이 시작된다.
카타리나 골목은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골목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시절 성 밖에서 카타리나 수도원으로 가려면 이 골목을 통과해서 지나다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카타리나 골목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아래 사진을 보면 카타리나 골목에서 화살표 방향을 따라가면 카타리나 수도원(교회)으로 갈 수 있다.
골목을 다 걸어 나와 뒤를 돌아보고 사진 한 장을 남긴다. 중세 분위기...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
안내 책자를 보면 이 골목을 다 걸어 나오면 카타리나 수도원(교회)을 만날 수 있다고 되어 있던데, 어찌 된 영문인지 나는 그를 만나지 못하였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묘지석 등은 보았는데..
3. 뚱뚱한 마가렛 성탑(Paks Margaareeta)
비루문과 함께 탈린의 구시가지로 들어오는 관문의 역할을 하였던 곳인데(다만 아래 사진에서는 문이 안 보인다), 주로 바다에서 탈린으로 들어올 때 많이 활용되었다고 한다. 이름에서도 또 외관에서도 느껴지듯이 성벽이 상당히 두꺼운데, 이 때문에 '뚱뚱한'이란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이처럼 성벽이 두껍게 되어 있는 이유는 전쟁이 발발하면 도시를 방위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앵글을 달리 하여 이렇게 찍으니 비로소 문이 보인다.
뚱뚱한 마가렛 성탑은 보다시피 현재는 에스토니아 해양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들어가 보지 않아 박물관의 전시물 등은 보여주지 못한다.
4. 부엌을 들여다 보라
아래 사진 속의 붉은 탑은 탈린의 남쪽을 지키던 포수대였는데, 남의 집 부엌을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 높아서 '부엌을 들여다 보라'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성벽을 따라 '부엌을 들여다 보라'쪽으로 가다 성벽과 니굴리스테 교회를 함께 사진에 담아 보았다.
5. 검은 머리(Black Head)
라트비아의 수도인 리가(Riga)의 검은 머리 길드와 비슷한 유래를 가진 건물이라는 설명을 어디선가 본 듯해서 발을 멈추고 사진도 찍었는데, 문제는 그러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위 사진 속에 보이는 문 위쪽의 반원 중앙에 검은 머리를 한 사람이 보인다.
6. 베네(Vene) 거리
베네 거리는 탈린의 구시가지를 남북으로 길게 관통하는 거리로, 거리 이곳저곳에 볼거리들이 그득하다. 다만 그런 볼거리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을 했으니 지금부터는 말 그대로 거리 풍경만 보여주도록 하겠다. 올레비스테 교회 앞에서 남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베네 거리의 모습.
이 베네 거리를 따라 꼬마 열차가 길거리를 누비고 있는데, 이처럼 꼬마 열차가 거리를 달린다는 것은 탈린을 찾는 관광객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기념품 가게의 고양이 돌출간판.
베네 거리를 걷다가 대형 거울이 붙어 있는 건물을 발견했는데, 거울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으니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우리 가족의 모습을 온전히 얻을 수 있었다.
#### 넷째 마당: 먹거리
식사에 관한 한 탈린에서는 실패를 맛보았다. 우리네도 마찬가지이지만, 관광지 주변의 음식이라는 것이 사실 맛없고, 비싸기만 한 것이 통례이다. 해서 유럽여행에 나서는 경우 가능한 한 로칼들이 즐겨 찾을 법한 곳에서 식사를 하곤 하는데, 탈린에서는 시간에 쫓겨 바삐 관광을 하다 보니 식사 시간을 넘겨 버렸다. 하여 시장기를 느꼈을 때는 이미 오후 3시가 지나 아예 문을 연 레스토랑이 없다. 하여 지금 내가 서 있는 고지대의 성광장에서 "저지대 쪽으로 내려가다가 제일 먼저 나오는 곳에서 식사를 하자"라는 원칙 하에 움직이다가 열려 있는 곳을 발견하였는데.... 장화모양의 돌출 간판이 있는 이 레스토랑의 음식은 사진을 남기고 싶지 않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이것은 저지대의 베네 거리를 걷다가 먹었던 딸기 케익인데, 허름한 모양과 달리 맛은 괜찮았었다.
탈린에서 먹은 것 중 가장 괜찮았던 음식은 땅콩에 오렌지와 슈가가 가미된 길거리표 음식인 이것이었다는...
##### 다섯째 마당: 카드리오르그(Kadriorg) 공원
아침부터 정말 바삐 움직였는데도 구시가지 관광을 대충이나마 끝냈을 때, 이미 시계바늘은 오후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탈린의 구시가지는 생각보다 커서 나처럼 주마간산 격으로 보아도 하루로는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그러고 보면 탈린은 2박을 하며 천천히 둘러보아야 할 곳인지도 모르겠다.
어제 탈린의 숙소에서 탈린 관광을 하루에 끝내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이곳 카드리오르그 공원은 처음부터 탈린 관광에서 맨 마지막으로 들를 곳으로 생각해 두었던 곳이다. 이는 카드리오르그 공원은 탈린시 외곽에 있기도 하거니와 공원이다 보니 입장시간에 제한이 없다는 것, 그리고 여름날 북유럽의 해는 길기만 하다는 것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탈린의 구시가지에서 옛 건물을 보며 조금은 피곤해진(?) 눈을 달래기에는, 카드리오르그 공원만 한 곳이 없을지 싶다. 카드리오르그 공원... 에스토니아에서 5박 6일을 하며 지나친 많은 공원 중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라고 생각한다. 하여 강추!! 하고 싶은데, 다만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경우 이곳에의 접근성이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공원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왼손에 가방을 들고 바삐 걷고 있는 이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에스토니아와 러시아와의 평화협상 체결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당시 에스토니아 외무부장관 얀 포스카(Jaan Poska, 1866-1920)이다.
포스카의 동상을 지나 걷다가 뒤를 돌아 포스카의 동상을 멀리서 바라보며 또 한 장의 사진을 남겼다.
공원 한가운데에 연못과 작은 분수가 있는데, 물 위에 무언가를 띄워 놓기를 좋아하는 에스토니아인들이 이 연못을 그냥 놓아 둘 리가 없다.
많은 작품(?)들이 물 위에 떠 있는데, 나름 작품성이 있어 보여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것이다.
위 사진 속의 연못을 지나치면 다시 잘 가꾸어진 공원이 보이는데, 에스토니아에서 이렇게 잘 가꾸어져 있는 공원은 못 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곳에도 마주 보는 벤치 사이에 동상이 하나 있는데, 동상 기단부를 찍은 사진이 사라져서 이 사람에 대한 소개는 할 수가 없다.
위 사진 속의 공간을 뒤로하고 공원을 일단 나가면 다시 넓은 길이 열리는데, 이를 통해 카드리오르그 공원의 규모를 대충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다.
그 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피요트르대제가 그의 아내 예카데리나를 위하여 만들어 주었다는 여름 별궁을 만나게 된다. 아, 공원 이름인 카드리오르그라는 말은 바로 예카데리나의 에스토니아식 발음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