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지테리언인 나도 '엄지 척'을 하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주(全州)와 함께 전라도를 대표하는 도시의 지위를 누려왔던 고도(古都) 나주(羅州)의 대표적 먹거리로는 뮈니뭐니해도 역시 '나주곰탕'을 들 수 있는데, 나주곰탕의 명성은 이미 대한민국 전역에 익히 잘 알려져 있다. 하여 대한민국 어디를 가든지 나주곰탕집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한편 나주의 경우 현재 옛 나주목의 정청(政廳)이었던 금성관(錦城館) 앞에는 수많은 나주곰탕집들이 들어서 있는 나주곰탕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 나주곰탕집 가운데 전국적으로 이름이 나있는 곳을 꼽는다면, 역시 "나주곰탕 노안집"과 "나주곰탕 하얀집"이 그 첫머리를 장식한다. 때문에 나주를 찾는 이들은 이 두 나주곰탕집 중 어느 곳을 갈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져들게 되는데,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 지난번 나주 방문 때에는 금성관 바로 앞에 있는 나주곰탕 하얀집을 들렀었고, 방문 후기를 남겨 놓은 바 있다(아래 사이트 참조). 때문에 이번 나주 방문의 경우는 아무 고민 없이 "나주곰탕 노안집"을 찾았는데, 이 글은 그 후기에 해당한다.
나주곰탕 노안집은 금성관 앞의 나주곰탕거리에 있는데, 금성관 앞의 주차장에서 바로 바라다 보여서 찾기는 쉽다.
3대 60여 년에 걸쳐 한 곳에서 장사를 해오고 있는 나주곰탕 노안집은 이미 전국적으로 그 위명(威名)을 떨치고 있는데, 그 때문에 성수기의 식사시간에 노안집의 나주곰탕을 맛보려면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리고 아래사진에서 보듯이 내가 나주곰탕 노안집을 찾은 때도 상황은 그러했다.
나주곰탕 노안집의 메뉴는 아주 심플하다. 곰탕과 수육, 그리고 수육곰탕이 그 전부. 아, 수육곰탕은 기본적으로 곰탕인데, 그냥 곰탕과는 달리 아롱사태, 소머리 등과 같은 특수부위가 들어간 것을 말한다. 가격은 최근에 곰탕만 1,000원이 올라서 11,000원이 되었다.
줄 서서 기다린 지 10 여분만에 노안집에 들어섰다. 우리 가족은 수육과 곰탕 3그릇을 주문했는데, 곰탕에 앞서 수육이 먼저 우리 테이블에 올라왔다. 음,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고, 심지어 고소한 냄새까지 풍긴다. 그렇지만 워낙 비위가 약하여 본의 아니게 세미 베지테리언에 합류하고 있는 나는 먹지를 못하고 집사람과 딸아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나주곰탕 노안집의 수육은 나 같은 사람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주얼과 고소함을 뽐내더라는. 그리하여 나 또한 조심스럽게 젓가락을 가져가 보았는데... 오옷! 내 비위를 손상시키는 비릿한 고기 냄새 없이 은은한 고기향을 내뿜는다. 고기 냄새가 이렇게 내 미각을 자극할 줄은 꿈에서조차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어찌 이런 일이... 신세상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함께 따라 나온 김치와 깎두기는 직접 담근다고 하는데, 그 또한 맛있다. 특히 깍두기는 내 입맛에 합해서 리필을 해 먹을 정도.
그렇게 한참 수육을 먹고 있는 중에 드디어 곰탕이 나왔다. 맑은 국물이 인상적이고, 파와 고춧가루가 적당히 들어있는데, 계란지단은 수줍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일단 비주얼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맛? 잡내 전혀 없고, 고소해서 베지테리언으로 분류될 수 있는 내가 숟가락을 멈출 수 없을 정도이니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왜 입을 모아 노안집을 추천하는지를 비로소 실감하게 되더라는.
넓디넓은 홀이 손님으로 그득해서 아쉽게도 매장분위기를 사진에 담지는 못했다. 하여 일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그것도 얼굴이 식별되지 않는 한도에서 한 장의 사진을 남겼을 뿐이다.
"나주곰탕 노안집", 한마디로 인생 곰탕이라고 할 만큼 깊은 인상을 준다. 만일에 나주를 찾았을 때 이곳을 들린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말이다. 아, "나주곰탕 하얀집"과 비교할 때 어느 곳이 비교우위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는 참 곤란하다(원래 입맛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니까 말이다)/ 다만 내 입맛엔 나주곰탕 노안집의 곰탕이 더 맞기는 하다. 곰탕이 맛있는 음식이란 것을 나로 하여금 실감하게 만들어 준 곳, "나주곰탕 노안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