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삶, 다시 부를 노래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들을 위하여

by 김먼지


샤워를 하다가 덕구가 쓰던 샴푸와 틈새매트에 남아있던 털을 발견하면서 입을 틀어막고 울던 날이 있었다.


"여기 원래 두마리 아니었어요?"

"오아, 까만애 어디 갔어요?"

오는 손님들마다 묻는데 가슴이 욱씬거리지만 이제는 꾹 참고 말한다.

차에 치어 죽었다고.교통사고로 하늘나라 갔다고.


남편없이 혼자 복구를 태우고 덕구의 스톤을 받아오던 날 아침, 나는 하면 안될 부끄러운 짓을 저지를 뻔했다.

복구와 덕구를 태운 우리 차를 핸들을 꺾어 도로 밑 하천으로 굴릴 생각을 했다.

그러다 룸미러에 비친 복구의 불안한 눈을 보고 너무나 깜짝 놀랐다.

"복구야 미안해.. 엄마가 정신 차릴게. 덕구야 엄마 이제 안울고 운전도 똑바로 할거다!!"

"딸랑-"

또한번의 스톤이 유리에 부딪히는 소리.

덕구가 대답하는 것 같아 오는 내내 울며 웃으며 가게로 무사히 출근했던 것 같다.


"나 샤워좀..."

덕구가 내 버린 얼굴 구멍을 수술한 후, 남편은 꼭 다 큰 애기 씻겨주기처럼 한쪽 팔을 들고 내 손길을 기다렸다. 얼굴과 붕대감은 손에 물이 튀지 않게, 미지근한 물로 마무리까지.

그리고 나서 시원하다는 남편.

이번에는 똥을 싸야 하는데 두루마리화장지가 없다며 진짜 똥마려운 강아지 표정으로 한참을 거실을 돌다 곽티슈를 들고 들어가던 남편의 엉덩이.

아무리 봐도 덕구스럽다는 말만 떠올랐다.


문득 울음이 넘치는 날이면 제어가 되지 않고, 가슴을 치며 울부짖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남편은 내가 콧물을 흘리며 우는 모습을 일부러 사진에 담는다. 그리고는 덕구 생각에 내 얼굴이 빨개질 때면 "너무 슬퍼지면 슬픈 너의 모습을 봐." 라고 말하며 꼭 사진첩을 꺼내어 나의 눈물을 멈춘다.


"덕구는 맨날 우리 재미있어보여야 오잖아. 그니까 여보가 울고 그러면 안와."

"......."

덕구는 공말고는 다른 장난감에는 크게 흥미가 없지만,

그게 복구가 물고 있거나 가지고 놀고 있는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늘 복구가 예쁨받는 자리엔 자기가 가운데로 와야하고

먹을 것도 늘 혼자 다 먹지 못할만큼 많이 놔줘도, 꼭 복구의 그릇에 담긴 걸 뺏어와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였다.


그런 덕구가 없는 틈에, 복구는 강심장이 됐다.

추모함에 덕구를 위해 놔두는 간식이 아침에 되면 사라지는 매직.

덕구는 식탐이 많다. 그 식탐을 복구가 가져간 듯 하다.


그리고 우리가 스톤함을 보며 눈물지어질 때는 둘의 눈이 마주칠 때, 둘다 알고 있다.

"덕구 여기 없어."

고양이 따라다니기, 서열정리, 땅파기, 높은 곳 올라가기, 산타기, 주변 논두렁 점검하기 등등 자기 루틴을 완성하느라 바쁜 녀석이 집에 들어오는 날은 아마 손에 꼽을테니까.

어제는 홍삼스틱 하나 올려놨어 덕구야. 먹고 다녀.

더울 땐 제발 그늘에서 쉬다가 가고 좀.

오디 좀 그만 밟고 다니고.

오디가 널린 도자공원을 다녀오면 보라색 염색이 되던 앞발




2023년 6월 28일 오후 4시.


니가 떠난 오후로 바뀌어버린 세상의 공기.


집 안에서는 베란다 문밖의 세상을

가게 안에서는 폴딩도어 넘어의 세상을

놀이터와 캠핑장 텐트에서는 그 바깥의 세상을

개로 태어났음에도 고양이의 세상을 궁금해 하던 개.

여섯살 까만 흑시바 덕구.


마음껏 애도하는 것이 그 대상을 잘 보내주는 길임을

이제는 너무 잘 알게 된 지금


남편의 얼굴에 덕구가 남기고 간 흉터만큼

마음을 정신없이 휘몰아치게도 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세찬 감정의 회오리 안에서

한줄기 빛이 되어 내 비틀거림을 잡아주던 노래들

놓지 못해 가슴 움켜쥐고 울던

노래 가사에 떨어지는 멜로디가

심장과 뇌를 뜨겁게 적셔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노래만 듣게 했던 플레이리스트를


오직 너를 위해

그리고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고 있을

수많은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해


부디 깊은 밤 감당할 길 없는 아픔이 찾아와도

오롯이 견뎌내주기를

심장을 찌르는 고통이 괴롭히는 날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도

지그시 눈감고 품어주기를


먼지같은 인간, 하찮은 인간이

너라는 대단하고 아름다운 동물을 만나

감히 너에게 부끄럽지 않게

다시 만날 그날에 떳떳하게 못다한 마음 가늠할 수 없던 사랑을 모두 전할 수 있기를.


아래 14곡의 노래를 20번씩 듣고 나면, 내가 덕구를 사랑했던 기억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된 것처럼, 슬픔뿐인 반려인간이 사랑한 반려동물과 나누고 싶던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것 같은 그 기분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그 존재들에게 당신이 우주였으며 전부였던 우리들의삶을 다시 노래해주기를.


나밍이모네 나들이에서 만족한 얼굴
주말아침 산책가자고 하면 짓는 표정
산책 후 간식먹다 새 빨래위에서 잠든 덕구


사랑해덕구야.




Your Dog Loves You - 콜드(Colde) feat. 크러쉬


문수의 비밀 - 루시드폴(Lucid fall)


겨울잠 - 아이유


Love poem - 아이유


10월에 눈이 내리면 - 성시경


마음에 산다 - 윤종신


기다릴게 - 하동균, 봉구


보이지 않는 별 (見えない星) - 나카시마 미카


I will remember you - Sarah McLachlan


Sometimes I don't mind - The suicide machines


Old King - Neil Young


Stairway to Heavern - Led Zeppelin


Martha My Dear - Paul McCartney


Dust in the Wind - Kansas


내가 준비한 덕구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로 마무리짓지만, 덕구의 죽음 후의 자유마저 영원히 사랑하며, 나와 우리의 삶은 또다시 흘러간다.

행복하길.

너도.

나도.

우리 모두가 대체로 안녕하고 행복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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