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7.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는다.

동물등록말소신고를 하다

by 김먼지


7월 27일.

그토록 하고 싶지 않던 덕구의 사망신고를 하고 왔다.


등록된 동물이 죽었을 때, 30일 이내 등록변경사항신고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 50만원을 낸다고 한다.

옛날에나 내 개 죽으면 땅에 묻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화장해서 뿌리는 것도 불법이다.

원래는 인터넷신고나 시군구청으로 가면 되는데, 나는

중간에 개명을 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절차로 진행하는 게 어려워, 시청으로 전화를 걸어 상담원과 통화를 한 뒤, 농업기술센터 동물보호팀을 직접 찾아가 덕구의 동물등록 말소신고를 진행해야 했다.



덤덤한 목소리로 꽉 채운 30일을 묵혀 온 신고를 할 때, 나도 모르게 울먹이고 있다는 사실이 참 내가 봐도 찌질했다.

그렇게 찌질한 멍집사가 니네 엄마다 덕구야.


그렇게 농업기술센터를 나오며 눈물을 훔치고, 산책하며 나를 기다려준 남편과 복구와 떠났다.

"덕구가 여보 엄청 바보같다고 할걸?"

"그건 왜?"

"덕구 지금 열심히 잘 놀고 있는데 맨날 후회하고 죄책감 느끼던 날만 떠올리느라 우리 덕구 예쁜 걸 자꾸 까먹잖아."

".......!우리 덕구 사진 좀 봐야겠다."

남편은 확실히 나보다 똑똑한 것 같다. 이 속깊은 남자는 어딘가 덕구를 닮았다.


갤럭시워치 사용의 아주 좋은 예. 터치하면 복구로도 바뀐다.
싸울 때엔 이불커버링이 최고다.
고성 봉포해변의 흑시바.

세상 철없이 팔딱팔딱 뛰면서 좋아하는 것에 목숨걸듯 사는 남자. 그러면서도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는 존재감.

얼굴에 남은 덕구의 이빨자국이, 꼭 덕구가 [우리집 리더로 내가 찜했으니까 울지말고 정신차려서 돈 많이 벌어라 임마!] 하고 특급훈장을 달아준 것처럼 보여서, 오늘도 덕구답다 라는 형용사를 꺼내쓰게 된다.




누구나 태어난 이상 한번은 죽는다. 덕구의 소식을 들은 16년지기 친구가 전해준 이야기는 밤새 울던 내가 조금씩 잠을 잘 자게끔 작은 위안이 됐다.

"7년전 우리 만두(친구가 키우다가 중성화수술이 잘못된 채로 보호소에 지내다가 입양온지 2개월만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보냈을 때, 나는 진짜 눈이 없어질만큼 울었거든.? 근데 7년 지난 지금 나 봐봐. 우린 보낼 애들이 네마리나 있다구 지금.. 야. 너도 죽을거고, 히상이도 죽어. 복구도 죽고, 사람도 동물도 다 한번 살다가 한번 죽는거라고. 덕구가 조금 일찍 간거라고 생각해. 우리 만두가 무지개다리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거야. 길 헤매지않게 잘 지켜줄거야. 그러니 너무 슬퍼하진 마라.이따 밥사주러 넘어갈거니까 조금만 울고."


그녀의 남편이 남친이던 시절 그녀가 키우던 고양이 두마리와 남친이 키우던 두마리가 가족이 되면서 2인4묘가정을 꾸리며 사는 엔프피절친인 그녀는 언제나 나보다 한발짝 앞서는 삶을 살며 선배역할, 때로는 친정엄마역할을 해준다. 그런 그녀여서, 그 진심어린 위로가 정말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했다.

나도 죽을 거고, 남편과 복구도 한번은 죽음이라는 과정을 맞닥뜨릴 것이다. 그때도 더 못해준걸 생각하겠지만지금처럼 후회하다 세월을 잃는 일은 없도록, 살아있음에 더욱 감사하며 소중한 하루를 보내야겠다고 가슴을 쓸어내려본다.


테니스공만 있으면 아무것도 부럽지 않아


삶은 결국 죽음을 통해 사유하게 되는 걸 덕구를 보내면서 더 진득하니 알게 된 것 같다.

존재가 사라지고 난 후에 그 존재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절절히 느끼고 아파하게 되는 것.

우리는 그 허망함과 상실감, 죄책감들을 지나 그 존재만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던 존재의 사랑스러움을 뒤늦게라도 알아차려야 한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사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걸, 덕구를 보내면서 또렷하게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한참 삶이 행복할 때조차, 우리는 죽음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바보처럼 행복했던 그 6년이, 우리 부부 삶의 가장 찬란한 날이었음을, 우리 둘다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남편과 오롯이 덕구와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여행을, 서해로 떠나와 술한잔을 기울이던 밤.

"죽는 건 정말 한순간이잖아.. 덕구 우리가 보낼 때 정말 너무 짧았잖아. 그 아침에도 나는 피곤해하면서 마사지를 대충 해주고 출근을 했어 여보. 난 오래 살아서 시간을 돌릴 수 있는 기술이 미래에 생기면 가장 먼저 그날 아침으로 가서, 덕구가 똑같이 죽는다 해도, 아침 일찍 일어나 덕구 온몸 마사지를 1시간 넘게 해줄거야. 그날이 가장... 후회돼."

내 꿈에서 덕구는 이미 3번은 죽었다. 대형버스, 화물트럭, 절벽으로 낙하.

그때마다 나는 꿈에서 깨어 소리를 지르거나 울며 잠들어있는 덕구를 숨막히게 껴안으며 말했다.

"꿈이었어. 덕구야. 덕구야.. 엄마가 너무 무서운 꿈을 꿨어 아가.. 엄마가 널 지켜줄거야. 사랑해."

인간의 반려견을 향한 낯뜨거운 사랑고백을 못들어주겠는지, 덕구는 침대에 누울 때 내가 안으면 딱 1분만 기다려줬다가 자리를 피하곤 했다. 한숨을 코로 흐음- 내쉬고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립고 따뜻한 덕구와의 순간들.

화려하고 엄청난 것들을 그녀석과 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무것도 가진 게 없고 차린 게 별로 없어도 덕구는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다.


몇년을 키웠어도 덕구가 우리를 [주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만 남편을 자기가 따라도 괜찮다고 인정한 [리더]로, 나는 피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쉼터 옆 샘물] 정도로 여기며 살았던 게 덕구였다.


우리는 덕구가 죽은 것 자체로 슬퍼하다가 덕구가 우리에게 주었던 삶의 소중한 순간들. 그 영롱한 순간들을 놓칠 뻔했다.



낙엽밟는 소리를 들으면 신이 나게 달려가던 구구


남편과 같이 애니메이션 <코코>를 봤다. 산 자와 죽은 자를 ‘기억’이 연결해 준다는 아이디어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죽음을 슬퍼하기만 할 게 아니라 망자도 현생에서 남은 이들과 흥겨운 축제를 열고 함께 살아숨쉰다는 설정이 너무 좋았다. 처음엔 해골이 나와서 무서웠는데도 끝까지 다봤다. 우리도 덕구를 잊지만 않는다면 언제나 덕구가 우리와 영원히 함께라는 걸 알 수 있도록, 열심히 살고 사랑하고, 기억해주리라 다짐한다.

그러니까 죽음을 너무 슬퍼할 필요가없다는 위로를 받았다.

덕구가 여섯번째 꿈에 나왔을 때,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모두 같이 덕구의 죽음에 같이 마음아파 해주었을 때,

우리가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유튜버의 말을 들었을 때,

남편에게서 덕구를 보낸 나를 보며 나보다는 꼭 하루 늦게 죽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

떠난 덕구를, 자유로워진 덕구를 그리워하며 늦은 밤 우리가 나누던 무수한 별같은 덕구이야기들을 펼칠 때마다.

덕구는 죽었지만, 죽음이 덕구를 감히 [덕구답지 못하게] 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덕구는 덕구니까.

내가 너무 사랑한 존재가 죽었다고 해서, 그 존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나는 덕구를 지금처럼 내 나름대로 기억하고, 사랑하고, 아껴줄 것임을 안다.

녀석이 나를 받아들여주었듯이, 나 또한 녀석의 죽음까지 받아들여주기로. 그렇게 어쩌면 긴 시간일지 모를 나의 죽음까지 향한 후에,

기쁘게, 덕구를 만나러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내가 사랑하는 막내의 초근접샷.기억저장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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