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는 악당에 맞서 스승인 토니의 지침에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망쳐버렸다. 토니는 사태를 수습하고 침울해있는 피터 앞에 나타나 얕은 사고와 경험으로 경거망동했다고 질책하고, 책임을 짊어질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그에게 주었던 슈트를 반납하게 하여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한다. 제자가 벌인 일 또한 자신의 책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피터는 토니처럼 되고 싶어 무리했다고 말하지만 토니는 제자가 자기보다 낫길 바랐다.
인생을 살다 보면 우리는 수많은 시련과 한계에 마주친다. 우리는 사회 구성원의 객체로 역할을 하게 된다. 모든 역할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자식로서, 부모로서, 연인으로서, 청년으로서, 직급으로서 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역할을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받게 된다. 역할에 따르는 역량이 있거나 없는 경우이다. 이는 좋다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상황에 내몰려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고, 오판단으로 역할을 맡기는 경우도 있으며, 능력이 출중해도 역할을 가지지 못할 때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한다. 그래서 때로는 우리는 겸손하게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역할을 대하는 마인드세팅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역할을 얻는 것에 치중하는 것과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한 역량을 기르는 것에 치중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마케팅이냐 내실이냐 이다. 둘 중 나의 경우는 후자와 같다. 전자의 문제는 비교적 단기간으로는 더 많은 것을 누리겠지만, 그 한계가 드러나는 시점이 있다. 왜냐하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 나면 더 높은 방향으로 마케팅을 할 것이고, 역할에 맞는 실력과 자신의 실력의 간극이 커져 결국 한순간에 간파될 것이다. 이러한 마인드세팅은 자신을 우쭐하게 하고, 심리적으로 무너지게 만드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한편, 역량을 기르는 경우는 내실을 키워 즉각적인 보상은 오지 않겠지만, 자신의 부족한 점을 메꿔 더 많은 실력을 기를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처우에 상관없이 말이다. 이러한 마인드세팅으로 말도 안 되는 싼 가격에, 직무와는 달리 쓰레기 치우기 같은 잡일을 하며 시간을 내어 미국 자격증 2개를 취득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으며 한국에 돌아와 경력직 면접에서 희귀하고 우수한 평가를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한숨을 하루에 100번 쉴 만큼, 잘 욱하지 않던 사내정치적인 목적에 의한 비방으로 하루에 꼭 1번은 속으로 욱할 정도로 사내정치가 매우 심한 편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일이든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일을 묵묵히 진행하였으며 나의 처우에 대해 개의치 않고 나의 목표 달성을 위해 행동했다.
자신의 삶의 변화를 위해 근본적인 물결을 일으키는 방법은 자신의 입을 닫고(툴툴거리거나 짜증 내지 않고) 삶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우선순위가 낮다고 한다면, 마음이 힘들더라도 과감하게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지게 하여 흘려보내고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위해 선택(선택에는 추구하는 것을 선택한다는 의미와 그에 따르는 대가로 무엇을 버리거나 얻지 못하는 것을 선별하는 것도 포함된다.)과 집중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나씩 대가를 인지하고 치러 가며 자신이 얻는 가치는 자신이 아무리 힘든 순간이라도 일어나게 할 발판이 된다. 아이언맨 시리즈는 이러한 과정을 보여주었고, 우리는 거기에 감동하고 토니를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통해 시련은 마음으로부터 발생되는 진실한 열정과 개선의식, 그러니까 불타는 이미지로 일명 우오오오오! 하며 이겨내는 모습을 보아왔다. 적어도 나는 거기에 감동했다. 그러나, 30년 살아본 나의 경험 속에서 발견한 사실은, 보통 그러한 감정은 복수, 미움으로부터 생기는 감정이었다. 이러한 마인드는 자신을 좀먹고 달성하게 한 후 공허하게 만든다.
안타깝게도 세상은 차갑고 이해관계적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그에 따르는 절대치 투입을 반드시 해야 한다. 자신의 마음이 어떻든 간에 말이다. 지속적으로 행동하여 투입하기 위해선,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잠시 미뤄두고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은 변덕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만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 마음에서 행동으로, 그 행동이 목표가 요구하는 기준치 이상으로 행했을 때 변동되는 것이다. 더 이상 변화될 수 없는 것에 감정과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옳든 그르든, 잘된 판단이든 잘못된 판단이던 자신의 선택에 대한 결과임을 느끼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후 장면에서 토니는 "우리 아버지처럼 말하고 있네"라는 말을 한다. 역경을 겪어오며 자신이 아이일 때 몰랐던 책임감과 지혜를 깨닫게 되며 피터의 슈트를 빼앗는 것이 피터에게 상처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단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자신이 어렸을 때 받았던 상처가 오버랩되며 심리적 갈등을 겪는 장면이 보인다. 내실을 쌓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역할에서 급작스럽게 배제되었던 배제되지 않았던, 늘 그래왔듯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자신만의 선택과 책임을 짊어지려 할 것이다.
피터가 슈트를 뺏기고 나서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 것임을 깨닫고, 자신만의 기술로 슈트를 만들어 이웃을 지키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이후 토니가 미안하다며 최신식 슈트 선물과 함께 어벤저스 새로운 멤버를 요구했지만 피터는 고맙지만 거절하겠다고 했다. 분명 토니는 속으로 뿌듯해 미소를 짓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역량 부족을 깨닫고 역량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과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을 것이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에 이어지는 영화인 인피니티 워에서 피터는 결국 의젓하게 성장했고 토니가 먼지가 돼 가는 피터를 안으며 쳐다보는 모습에서 그를 향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