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정신의 구조 - 7
마음만 마음대로 되어도 살면서 겪는 고통과 힘겨움이 많이 사라질 것이다. 화가 나거나 슬픔이 넘칠 때, '그만 하자'고 생각해 근심이 사라지고 분노가 가라앉는다면 하루하루 사는 일이 얼마나 수월하겠는가. 우울증에 걸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다. 왜일까?
사람들은 흔히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사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마음'이 아니라 '몸'이다. 내 의식은 '이제 슬픔을 멈출 때'라고 생각하지만, 내 안에 요동치는 에너지와 신경전달물질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우울증이 심할 때 우울증 약을 처방받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내 의식의 판단대로 실행되지 않는 몸을, 약을 써서 돌려 놓는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그것은 진통제에 불과하다. 몸이 아프다고 매일 진통제를 먹으며 살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괴롭다고 매일 우울증 약을 먹으며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주변의 조언을 구해 이런저런 노력도 해 보지만 그것도 잠시 뿐, 별반 소용이 없다. 사람들이 정신적 고통을 숙명으로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육체적 고통이 숙명이 아니듯 정신적 고통도 숙명이 아니다. 단지 방법을 모를 뿐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몸은 실행기관이라서 내 의식이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원래 인간은 누구나 자기 마음은 물론 몸도 의도대로 재구성하고 창조할 수 있다. 다만 우리 존재의 구조가 복잡하고 방법을 잘 모르다 보니, 본래 갖추고 있는 역량을 활용하지 못할 뿐이다. 이 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실은 그 방법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방법을 알리는 일이 간단하지가 않다. '관념'도 우리 존재장 안에 기록되어 있는 물리적인 힘이라서 먼저 그릇된 정보를 올바른 정보로 바꾸지 않으면 이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이를 '아신견我身見'이라는 한 마디로 표현하셨다. '나와 내 몸에 대한 잘못된 견해'가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방해하는 근본적인 장애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이나 견해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것을 쉽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 몸이나 감정을 바꾸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그리고 생각만 바뀌면 그 후에 몸이나 감정을 바꾸는 것은 오히려 쉽다. 그래서 지금 나는 그 '생각'을 바꾸기 위해 긴 글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듯이, 아신견 중에서도 우리가 인간으로서 본래 지니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는 데 특히 장애가 되는 것이 '나'와 '내 몸'에 대한 잘못된 관념이다. 우리의 이야기가 '나는 무엇인가'에 관한 주제로 시작되었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4장에서 우리는, 그간 우리가 '인간'을 매우 좁은 영역에 한정해 이해해 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된 관념'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본래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제한하는 속박으로 작용해 왔다.
어린 시절 족쇄에 묶여 자란 코끼리는, 어미가 되어서도 족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너무 익숙해, 벗어날 힘이 있는데도 ‘족쇄 없는 삶’을 생각하지도, 시도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내겐 지금의 인류가 바로 이 코끼리처럼 느껴진다. 이미 어른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아기 때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코끼리...
우리는 이미 매머드와 싸워 생존을 지켜야 했던 과거의 인류가 아니다. 우리는 우주의 생성 과정을 이해하고, 지구 단위의 문명을 이루어 지성을 교환하며, 지구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염려할 만큼 시야가 넓어진, 지적이고 높은 의식을 지닌 인류다. 그런데도 아직 ‘인간은 동물과 다르지 않다’는 구석기 시대 생각에 묶여 적자생존의 사회 속에 우리를 가두고 있다면, 나의 모든 잠재력을 동물적 삶을 영위하는 데 쏟고 있다면, 그것은 너무 슬프고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나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유일한 방식도, 최선의 방식도 아니라 생각한다. 우리가 스스로를 무엇이라 규정하고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삶도, 인류의 삶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몸에 속박되고 과거에 묶이는 대신, 자신에게 다시 물어보자. 나는 누구인가, 남은 날들을 나는, 우리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라고.
4장 내용 요약
육체와 뇌만 있으면 정신 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오해와 달리, 우리 존재는 정, 백, 혼, 신 등 네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정과 백은 3차원 물리 법칙의 지배를 받고, 혼과 신은 4차원 물리계의 법칙에 따라 운용된다.
인류가 그간 마음의 비밀을 풀지 못한 것은
[1] 영혼이 비물질이라는 데카르트 식의 편견
[2] 존재가 두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점
[3] 그로 인해 정신을 수동적으로 해석한 점
등 크게 세 가지 요인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잘못된 관념들이 어떻게 우리의 잠재력을 제한해 왔는지 알아보려 한다. 먼저 '몸과 생명'에 대한 관념부터 검토해 보자.
# 여기까지가 존재의 구조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각 구조가 지닌 기능과 작동 방식은 2부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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