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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중독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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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숙경 Aug 11. 2023

1 소리가 들려

철갑상어의 노래

  키보드를 누르자 철갑상어가 츠치치치 소리를 내며 사라진다. 그다음은 게임모드로 들어간다. 나는 철갑상어가 내는 소리가 야릇해서 몇 번이나 다시 들었다. 다른 피시방에서는 듣지 못한 소리였다. 게임을 하면서도 그 소리는 계속 내 귀에 울려 나오는 것 같았다. 들을수록 불쾌한 소리였다. 그런데도 철갑상어 소리가 왜 나를 강하게 끄는지 알 수 없었다. 철갑상어가 있는 배경화면에 누군가 소리를 입혔을 뿐인데 게임을 할 때 몬스터들이 내는 소리와는 완전히 달랐다. 어쩌면 철갑상어가 내는 소리는 이 세상의 소리가 아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하면서 피식 웃었다. 그런 소리가 어디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한데 그 소리를 자꾸 듣자니까 철갑상어는 정말 그런 소리를 내며 물속을 헤엄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나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게임을 즐길 수 없게 되었다. 길을 가다가도 철갑상어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도 나기 시작했다. 츠치치치치.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기괴하면서도 음울한 소리였다. 고래도 아니고 상어도 아닌 왜 철갑상어 소리인지 알 수는 없었다. 

  종환은 철갑상어가 있는 배경화면을 꽤 만족한 듯이 바라보곤 했다. 어느 날은 철갑상어 인형을 사가지고 왔다. 철갑상어의 꼬리 부분을 잡고 내 눈앞에다 대고 흔들어 대다가 “형 이거 가져” 하면서 내 앞으로 획 던져 놓았다. 철갑상어가 꼬리를 흔들면서 내 앞으로 돌진해 오는 것 같았다. 화가 났지만 단골손님을 쫓아낼 수 없어 그냥 참았다. 

  유지에게 철갑상어 인형을 보여주자 귀엽다고 했다. 철갑상어가 귀엽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입이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고 등 쪽에 톱니 모양의 뼈가 돌출되어 있어 지극히 사납고 날카로워 보이는데 뭐가 귀엽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유지는 그 인형을 항상 안고 다녔다. 화장실에 갈 때도 손에서 놓질 않았고 심지어 둘이 안고 있을 때도 머리맡에 두었다. 자다가 눈을 뜨면 철갑상어가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아 깜짝 놀라기도 했다. 실제로 철갑상어를 보고 싶다고 해서 유지와 수족관에 다녀오기도 했다. 동묘역에 있는 작은 수족관들 중에 우리가 찾는 철갑상어를 찾을 수 있었다. 철갑상어는 날렵하게 쉬지 않고 위아래로 돌아다녔다. 물 위로 뾰족한 입을 내밀고 빙글빙글 돌곤 했다. 유지는 어머머 하면서 신기해했다. “그런데 이 철갑상어가 민물고기라고?” 하면서 계속 감탄사를 연발했다. 마치 철갑상어라도 된 듯 호들갑을 떨다가 드디어는 철갑상어를 손에 쥐어 보았다. 수족관 주인은 그녀의 대단한 호기심을 철갑상어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철갑상어는 비늘은 없지만 정말 단단한 외피를 갖고 있었다. 수족관에 갔다 온 후에는 별 관심이 없는지 인형을 아무 데나 처박아두었다. 유지가 철갑상어처럼 꼬리를 치며 내 앞으로 돌진해 왔다가 획 방향을 바꿔서 사라져 버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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