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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중독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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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숙경 Aug 12. 2023

2 쪽문

  나는 종환을 바라볼 때마다 철갑상어 인형을 내 앞에 던지면서 웃던 모습이 생각났다. 녀석은 지금 화장실 옆 벽 문의 틈새를 엿보고 있다. 성의 없이 아무렇게나 덧바른 크림색 몰딩이 칠이 뭉개지고 있다. 그곳에 축축한 손바닥을 대고 한쪽 손으로 가만히 쪽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본다. 그곳은 나와 유지만의 공간이지만 녀석의 눈에 띈 후로는 방해받기 일쑤여서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유지는 잠들지 않았으나 일부러 눈을 감고 자기를 엿보는 종환을 재미있게 관찰한다. 손을 가만히 가슴께로 가져가거나 한쪽 다리를 소파 아래로 내린다. 그녀는 그런 악취미를 자랑한다. 내가 말이야 다리를 조금 비틀면 그 애가 숨을 몰아쉬는 거 있지. 날 무지 좋아하나 봐 귀여운 것. 내게도 같은 짓을 한다. 내 표정을 관찰하고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지켜본다. 질투인지 무관심인지를 가늠해 보려 한다. 대체로 그녀의 행동에 유연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이 분방한 여자애를 혼자 독점하려는 것 차체가 무리이다. 그러나 매력으로 치면 그녀는 다른 여자애들보다 훨씬 뛰어나서 놓쳐버리기가 아깝다. 아직은 내게 붙잡아 둘 것이다. 펑키 스타일의 머리와 몸에 달라붙는 옷을 즐겨 입지만 백화점에서 일을 할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언제 변신을 하는지 몰라도 근무하는 그녀를 몰라볼 뻔했었다. 가발을 썼는지 차분한 단발에 감청색 투피스 정장을 입고 있어 다른 사람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깨끗하고 고와서 누구도 그녀에게서 창녀같이 더러운 기운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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