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나비 포옹 12화

읽지 않은 메시지

나와 가장 먼저 닿다

by 몽돌이

며칠 전 대학 시절 짝사랑했던 친구에게 글 하나를 보냈다.

그를 떠올리며 쓴 글이었기에 자연히 그에게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조금 조심스러웠다.

'혹시 당황하지는 않을까?'


“브런치에 글을 올렸어. 네 이야기도 있어서 너에게 보여주고 싶어.”

양해를 구하는 짧은 메시지를 곁들였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이틀이 지났다.

아무런 답이 없었다.

그 침묵이 천천히 내 안에 불안을 심었다.


그 글은 뒤늦게, 아주 조용히 ‘사랑했었다’는 고백을 건네려는 마음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 흔들렸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너무 놀랐나?’

‘내가 괜한 일을 한 건 아닐까?’


그러다 문득 그에게 보낸 글의 내용이 떠올랐다.

브런치에 올린 버전에는 담지 않았던 고백이 들어 있었다.

내가 성폭력을 당한 이야기도 적혀 있었던 것이다.

그게 생각난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얼마나 놀랐을까?’

‘나한테 실망했을까?’

‘나를 더럽다고 여겼을까?’


생각은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맴돌다 나를 옭아맸다.

놀랐을 것이다.

많이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놀람이 꼭 실망은 아닐 수도 있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어설프게 다가가는 것이 미안해서, 그저 조심스러워 말문이 막혔을지도 모른다.

그의 침묵 앞에 전정긍긍하던 어느 순간 문득 마음이 멈췄다.

이제는 더 이상 남자들에게 내 과거를 ‘용서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나는 그저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 시절의 애틋한 마음과 그때 차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내 언어로 풀어냈고, 그 마음 하나로 충분했다.

그의 침묵이 나를 흔들 수도 있었지만 결국 그 덕분에 내 안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닿기 위해 쓴 글이었지만 결국 가장 먼저 닿은 건 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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