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너에게 #15
이맘때쯤 생각나는 행사가 있다.
교토에서 매년 여름을 꼭 참여했던 행사였는데 지조본(地蔵盆)이라는 이름이었다.
지조본은......
교토 지역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전통적인 여름 행사이고 아이들의 수호신인 '지조보살(地蔵菩薩)'을 기리기 위해 진행된다.
그렇다고 뭔가 심각하거나 슬픈 행사는 아니고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동네 축제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일본 축제라고 하면 절이나 신사에서 타코야끼나 솜사탕 같은 걸 팔면서 유카타를 입은 사람이 즐기는 축제가 아무래도 유명할 것 같지만 이 지조본 행사는 상점이 열리는 게 아니라 지정된 곳에 지정된 시간에 아이들이 찾아가는 식이었다.
예를 들면 10시에 과자, 12시에 샌드위치, 14시에 빙수, 16시에 빙고 게임, 18시에 오코노미야끼, 20시에 불꽃놀이 및 장난감 받기처럼 하루 종일 무언가를 받으러 동네에 마련된 텐트 같은 곳으로 갔었다.
물론 동네마다 규모에 차이는 있겠지만 대충 다 이럴 것이다.
아이들은 식권처럼 생긴 티켓을 들고 그 시간을 기다린다.
나는 사촌 언니들과 함께 매년 참여했으며 무료로 이것저것 먹고 선물까지 받는 날로 생각하고 있었다(사실은 미리 외할머니께서 결제를 하고 계셨다).
지금은 하는 지역이 많이 줄어들었을 것 같다.
작은 동네 단위로 행사를 하기에는 아이들이 없고 큰 단위로 하기에는 아이들이 찾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 교토의 여름은 말도 안 되게 덥다.
그 당시에도 아주 어렸을 때에는 14시쯤 정말 더운 시간 스케줄은 언니들만 가서 대신 받아주기도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날을 정말 좋아했다.
평소에는 잘 안 쓰던 집 뒷문에서 나가 좁은 골목길을 걸어서 지조가 있는 곳까지 가고, 또 돌아오면 뭘 받았냐고 어른들이 웃으면서 맞이해 준다.
생각해 보니 어른들도 그날만큼은 아이들이 알아서 놀아줘서 좋아하는 느낌이었겠다 싶다. 동네 전체가 방학이었던 것이다.
8월이 되면 생각난다.
그저 행복하기만 한 날. 그립다.
어제의 너에게
행복해하면서도 친언니가 받은 장난감은 엄청 탐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