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말이 맞았다

오늘의 너에게 #15

by Illy

덥다.

정말 더워서 도쿄나 교토의 여름이 생각날 정도다.

(동생에게 들어보니 도쿄는 더 더운 모양이다. 교토에 사는 친언니는 39도라고 했다)



원래 날씨와 미세먼지 상태만 괜찮으면 아기와 함께 매일 산책을 했었다.

거의 루틴이 돼서 내가 외출 준비를 하면 아기도 엄마 가방을 들고 오곤 한다.



단지 내를 산책하기도 하고 가까운 마트나 다이소 같은 곳도 많이 갔었는데 이렇게 더워서는 못 나가겠다 싶었다.




그래서 드디어. 마침내 시작했다.

그렇다. 운전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면허를 딴 지 15년 이상 지났다.

한국 면허는 일본 면허를 한국 면허로 전환(?)해서 땄다. 그게 한 6년 전쯤이다.



그런데 나는 운전을 안 했었다.

도쿄에서도 필요성을 못 느껴서 안 했고 (일본에서는 주민등록증이 없기 때문에(지금은 마이넘버카드가 대신하려나) 원래 신분증 대용으로 많이 딴다. 그런 거 치고는 학원비가 많이 비싸다) 한국에서도 무서워서 안 했다.



주차장도 좁고 이중차도 많고 길도 복잡하고 모두가 서두르는 것 같고 나도 서둘러야 할 것 같고 그래서 무서워서 안 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니 차가 없으면 힘들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평일에는 남편에게 부탁하기도 어려우니 나는 운전 연수 신청을 했고 주말에 남편이 아기를 봐줄 때 연수를 받았다.

아기가 100일 때쯤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 일본에서 면허를 딸 때 엄청 엄격한 수업을 받아서 그런지 아예 감을 잃지는 않았었고 집 근처 큰 길들은 문제없이 다닐 수 있었다.



그래도 공포심 때문에 연수를 받은 후에도 한 동안은 최소한으로만 운전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더위가 계속되면서 어쩌다 매일 차를 타고 다니고 있다.




아기는 뒷좌석에 뒷보기로 타고 있다.

엄마 껌딱지라 엄마가 옆에 없으면 울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노래를 틀면 아기도 손뼉 치고 있고 잠도 잘 자고 좋다.




나도 피로와 스트레스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그럴 정도로 멀리 나가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한번 다녀온 후 성취감이 있다.

내가 해냈다. 안전하게 돌아왔다.

괜히 한 번씩 나를 칭찬하게 된다.



계속 피해 다녔지만 필요하면 어떻게든 하게 되는구나 싶다.

닥치면 한다는 누군가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안전하게 즐겁게 다녀야겠다.



오늘의 너에게

그건 그렇고 걸어서도 산책할 수 있는 날씨가 됐으면 좋겠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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