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정권에서는 정상적인 선거가 이루어지지 않고 사람들은 목소리를 낼 기회를 잃어버린다.
정부는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이나 집단을 무력으로 누르게 되는데 그런 압박을 받으면서도 목소리를 내고 세상에 해당 정부의 문제점을 알리려고 하는 저널리스트들이 있다.
그렇게 활동하다가 희생된 두 저널리스트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〇안나 폴릿콥스카야(1958-2006)
러시아에서 체첸 공화국에 대한 취재를 집중적으로 했고 푸틴 정권을 비판하는 글을 썼던 저널리스트이다.
폴릿콥스카야는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모스크바에서 자랐다.
대학 졸업 후 신문기자가 되고 여러 신문사와 출판사에서 일한 후 1999년에 러시아의 신문 "노바야 가제타('새로운 신문'을 뜻함)"의 평론위원이 되었다.
"노바야 가제타"에서는 분쟁 중인 체첸에 대한 기사를 주로 썼다.
그녀의 체첸 관련 기사는 체첸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러시아군의 군사력 남용 등을 다룬 내용들이었다고 한다.
모스크바 극장 점거 사건이나 내가 몇 주 전에 관련 글을 썼던 베슬란 사건에서는 인질 해방을 위해 범인 그룹과 협상을 시도하기도 한 인물이다.
2004년에는 푸틴을 규탄하는 저서 "Putin's Russia"도 출간되었다.
그런 그녀는 2006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총을 맞아 쓰러진다.
실제로 총을 쏜 범인은 체첸 출신의 남성 두 명이었지만 명령을 내린 건 전직 모스크바 경찰관이었음이 2011년에 밝혀지고, 그는 재판을 거쳐 유죄 선고를 받았다.
또한 이 경찰관에 명령한 흑막이 있을 거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녀에 대한 암살 시도는 2006년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노바야 가제타" 기자 중에 안나가 암살당하기 전 살해된 기자들도 몇 명 있다.
그런 위험에 대해 충분히 알면서도 취재를 멈추지 않았던 점, 당시 지지율이 높았던 푸틴에 대해서 비판을 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책임을 다하려고 했던 부분에서 지금도 높이 평가받는 저널리스트이다.
〇자말 카슈끄지(1958-2018)
자말 카슈끄지는 사우디아라비아인이며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였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언론 탄압이나 예멘 분쟁에 대한 군사 개입을 비판하고 있었다.
2018년 10월. 주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 자말 카슈끄지가 들어가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이 공개되었다.
그전부터 사우티아라비아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재위 2017년~)에 의한 독재적인 정치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인권활동가들 체포하고 고문을 가하는 등의 일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었다고 한다.
사우디 왕실 측은 카슈끄지가 영사관에서 죽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살해할 의도는 없었고 몸싸움 끝에 우발적으로 사망했다"는 식의 발표를 했지만 카슈끄지의 활동이나 독재 정권의 특징을 봐서 그 발표를 그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카슈끄지의 활동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는 우려 때문에 왕실이 카슈끄지를 살해했다는 해석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저널리스트의 의문스러운 죽음이 보도되고 난 다음에 전 세계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사우디 왕실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는 걱정 안 되나? 싶었다.
아마도 그것보다는 카슈끄지가 활동을 계속했을 때의 타격이 크다고 판단한 것 같고, 또 비슷한 활동을 하는 저널리스트들에게 경고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아래 링크는 그의 마지막 칼럼이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굳이 그 중요성에 대해 논할 필요는 없을 정도로 당연히 중요한 것들이지만 독재 정부 아래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이렇게 용기 있는 기자들이 희생된다. 그들의 생명과 함께 대중들이 잃게 되는 건 정말 많다.
정보나 지식을 얻을 기회, 그 정보를 토대로 생각할 기회, 자신의 입장을 선택하고 결정할 기회.
최악의 경우 그 모든 것을 잃은 다음에 기다리는 건 독재자들에게 착취당하고 안전도 보장되지 않는 삶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저널리스트의 역할은 정말 크다(크니까 그들은 늘 암살의 표적이 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들의 자세한 활동 내용이나 그들이 가진 사명감에 대해서는 그들이 이런 죽음을 당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해외 저널리스트의 경우에는 대부분 그렇고, 아이러니하지만 그러고 나서야 저작물이 번역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리얼타임으로 그들의 활동을 응원할 수 있으면 가장 좋지만 그래도 언제가 됐든 그들이 남겨온 글을 접하는 건 의미가 있을 거라 믿고 평소에 다양한 책이나 기사를 읽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