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井

"한 우물만 파야지" 라며 우물가로 내몰지만 , 애초에 우물은 없었다.

by CHADA

무정 (無井)

한 우물은커녕 애초에 우물은 없었다.

우물을 파려 해도, 한우물을 팔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나에겐 여러 직업이 있었다.

많은 것이 되어보기도, 많은 것을 이뤄보기도 하였다.

되었다고 해서, 그것을 지속가능한 것을 아니었지만, 적지 않은 돈을 만져보았다.

그 덕에 불행하게도, 어린 나이에 돈을 만졌다. 그래봤자 지금 보면 푼돈이다.

하지만 그때 내 또래,. 연극인들은 밥 먹을 돈도 없었으니 부자축에 속했다.

돈 버는 게 만만했고. 결국 그 돈은 당연히 모을 새도 없이 펑펑 써댔다.

돈을 벌어보기도 탕진해보기도 하면서

상거지가 되었다가 외제차 탔다가, 다시 상거지가 되고 다시 여유가 생기고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내 주변은 하류인생부터 재벌 3세까지 넓어져갔다...

그러면서 사람 보는 눈은 반무당이 되기도 하였고.



흘러 흘러 이렇게 15년 동안, 나의 일기장들을 찾아보니..

내가 시도하려 했던 사업 아이템만 32개.

그중에서 시도한 것이 4개.

5년 이상 유지한 것이 3개.

내가 직접 투자한 것이 N개.

10년 이상 한 것이 2개.


자랑이 아니다.. 30대 중반에 한숨이 나왔다. 나도 하나만 하고 싶다..

나는 이것저것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지도, 하고 싶지도 않았다.



" 한 우물만 파라"라는 말이 가장 아팠다...

사실 그 말이 제일 서글펐다. "나는 항상 그 말에 울분을 삼켰다"..

팔자 좋은 소리 하네 라며 뒤돌아 담배만 물었다..

한 우물도 생존이 보장받은 사람만이 팔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은 의외로 잘 모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