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롤로그 - 사람도 세상도 어려워요.

인간관계와 사회를 유전자가 묻다.

by 공상과학철학자

"부우우웅~"


늦은 밤, 자유로를 가로지르는 스포츠카들...

위태로워 보이는 스포츠카들이 굉음을 내며 쏜살같이 지나간다.

곧이어 배기음을 울리며 질주하는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무리가 뒤따른다.


가끔 폭주족들 단속을 펼치기도 하지만, 멈추는 건 그때뿐.

이들의 질주 본능은 아마 1년 뒤, 10년 뒤에도 계속될 것이다.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가 법제화되어,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 금지되기 전 까지는.


그런데 이들은 대체 어떤 부류의 사람들일까?

공통점을 찾아보려 하지만,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다 달라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가만...

언뜻 눈에 띄는 특징이 하나 보인다.

이들은 '남성'이라는 것. 거의 대부분.


남자와 여자는 모두 눈이 2개고, 손가락은 5개고 신체 구조가 거의 같지만, 하는 행동에서는 때때로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이 원인은 유전자의 영향이 클까, 문화적 영향이 클까?


위에서 예로 든, 스포츠카와 오토바이가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인류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수렵 채집 생활을 했다. 한마디로 동물을 사냥하고 과일을 땄다는 이야기다.

여성들이 육아를 담당하며 이동이 적은 상태에서 바쁜 채집활동을 주로 수행한 반면, 남성들은 주로 사냥을 담당했다.


사냥의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은 달리기였다.

불을 사용하게 되고, 뇌가 발달하고, 의사소통으로 협력이 원활해지고, 도구가 정교화되면서 사냥의 성공은 점점 더 늘어났지만, 기본적으로는 빨리, 그리고 오래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추적 사냥을 가능하게 했다.

이 능력은 사냥뿐 아니라, 과일과 씨앗을 멀리 운반하는 데도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달리기를 잘한 남성은 사람들에게 고기를 많이 나눠줄 수 있었다.

당연히 짝짓기에도 유리했다.


이 달리기 능력은, 현대로 와서는 그대로 스포츠카와 오토바이로 변한다.

현대 남자들이 이를 즐기는 심리에는 과거 사냥의 달리기 본능, 그리고 여성에게 뽐내고 싶다는 무의식적 유전자가 숨어있다.


영국인이라서 좌측통행임.


이토록 사람들의 많은 행동은,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지만 유전자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경우가 아주 많다.


개인의 취향이라고 생각했던,

고양이가 귀여운 것, 라면을 좋아하는 것, 벌레를 싫어하는 것,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남자들까지,

사실은 유전자가 심어놓은 무의식적 코드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람의 많은 부분에 유전자가 영향을 끼치게 될 때, 바로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인간 관계나 사회구조 역시도 유전자의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을까?


지난 브런치북 「영혼을 보듬는 새 시대의 과학철학」에서, 사람의 기원과 심리적 방황을 개인의 관점에서 파고들었다면,

이번 「유전자가 말하는 남녀사이 사람사이」에서는 남녀 관계, 사람 사이의 얽힘, 그리고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사회 구조를 살펴본다. 더 나아가 인류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려 한다.


물론, 유전자가 모든 사람 관계와 사회 현상을 설명할 순 없을 것이다. 또 유전자를 따르는 본능이 현대 사회에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려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연재를 함께 하다 보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많은 부분에 유전자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이 한편으로는 묘한 안도감과 위로의 마음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러분께 재미와 통찰, 그리고 의미를 줄 수 있게 되기 바라며...

- 공상과학철학자 2025.9.5.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