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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동물원의 분기점, 아메리카

동물원 따라 지구 한 바퀴 (3)

by eun Apr 09. 2025

지금까지 우리는 유럽과 아시아의 동물원을 함께 걸어왔다. 전통과 제도, 생명의 존엄에 대한 인식이 다르게 뿌리내린 두 대륙의 동물원은, 각자의 방식으로 동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었다. ‘동물원의 시작점’이라 불릴 수 있는 유럽에서는 오랜 시간 속에서 쌓인 제도와 가치의 전환을 엿볼 수 있었고, ‘전환점’에 선 아시아에서는 문화와 현실 사이의 균열과 그 너머의 가능성을 마주할 수 있었다.


유럽 동물원 알아보기: https://brunch.co.kr/@eunthevet/6

아시아 동물원 알아보기: https://brunch.co.kr/@eunthevet/7​​





이제 여정의 방향을 바꿔,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한다. 북미의 거대 동물원들은 교육, 연구, 야생 보전이라는 이름 아래 기술적·학문적 접근을 시도해 왔고, 중남미 지역에서는 열대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지역 공동체 중심의 보호 활동들이 눈에 띈다. 아메리카의 동물원은 규모와 자원에서 차이가 크지만, 그만큼 다양한 방식의 공존과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북에서 남까지, 서로 다른 풍경과 철학을 담은 아메리카 동물원들의 모습을 따라가 보려 한다








보전과 스펙터클의 대륙, 아메리카

아메리카 내 동물원과 동물 보호 센터


아메리카 대륙은 동물원의 규모, 운영 방식, 그리고 철학에 있어 가장 극적인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지역이다. 북미에서는 보전과 교육을 강조하는 과학 중심의 동물원 모델이 자리 잡았고, 중남미로 내려갈수록 열대 생태계 보호와 지역 공동체의 참여를 강조하는 보호소나 생태보전구역이 두드러진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의 일부 동물원은 멸종위기종 번식, 야생 방사, 그리고 보전 연구에 있어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상업성과 관람 중심 운영, 과거 서커스와 연계된 동물 전시 유산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또한 기후와 생태가 다양한 만큼 각 지역의 동물원은 운영 환경과 철학도 매우 다채롭다. 이번 편에서는 북미와 중남미의 대표 동물원과 보호시설들을 살펴보며, 아메리카 대륙이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을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고 실천하고 있는지 그 다채로운 얼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아메리카 내 동물원과 동물 보호 센터 목차


1. 샌디에이고 동물원 (San Diego Zoo) - 미국 캘리포니아

2. 브룽크스 동물원 (Bronx Zoo) - 미국 뉴욕

3. 스미스소니언 국립 동물원 (Smithsonian's National Zoo) - 미국 워싱턴 D.C.

4. 토론토 동물원 (Toronto Zoo) - 캐나다 온타리오

5. 멕시코시티 차풀테펙 동물원 (Chapultepec Zoo) - 멕시코 멕시코시티

6. 상파울루 동물원 (São Paulo Zoo) - 브라질 상파울루

7. 부에노스아이레스 생태공원 (Ecoparque Buenos Aires)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8. 더 와일드 애니멀 생츄어리 (The Wild Animal Sanctuary) - 미국 콜로라도

9. 타마린 생츄어리 (Santuario del Tití Gris) - 콜롬비아 바예델카우카









샌디에이고 동물원 (San Diego Zoo)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사진 출처: 샌디에이고 동물원 위키피디아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1916년 설립된 미국 내 대표적인 동물원이자, 세계적으로도 가장 혁신적인 동물원 중 하나로 손꼽힌다. 약 100 에이커(약 40헥타르)의 부지에 650종, 3,500마리 이상의 동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초기부터 전통적인 철창식 전시를 거부하고 자연 서식지를 모방한 '서식지형 전시(habitat-based exhibits)'를 도입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캘리포니아 특유의 온화한 기후 덕분에 열대, 온대, 사막성 환경을 모두 구현해 내기에도 적합하다.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보전 연구와 생물다양성 복원에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멸종 위기종 번식을 위한 전담 기관인 샌디에이고 동물원 야생생명 보전 연구소 (San Diego Zoo Wildlife Alliance)는 전 세계 수십 개국과 협력하며 현장 보전 활동도 활발히 전개 중이다. 판다, 콘도르, 오카피, 코알라 등 희귀종 보호에 있어 선구적인 역할을 했으며, '보러 오는 동물원'에서 '돌려보내는 동물원'으로 변화하는 모델을 꾸준히 실험 중이다.



샌디에이고 동물원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sandiegozoowildlifealliance.org/








브룽크스 동물원 (Bronx Zoo)

미국, 뉴욕

사진 출처: 브룽크스 동물원 위키피디아

브룽크스 동물원은 1899년 개장된 미국 동부 최대 규모의 동물원으로, 뉴욕 브룽크스 지역 내 107헥타르의 넓은 부지에 약 650종, 6,000마리 이상의 동물을 보유하고 있다. 도시 한복판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울창한 숲과 강, 연못 등이 어우러진 자연친화적인 환경 속에 조성되어 있어, 대도시 속에서 가장 '야생에 가까운 공간'이라는 별칭도 붙어 있다.


이 동물원은 동물원보다는 보전기관에 가깝다는 철학 아래 운영되며, 'Wildlife Conservation Society'의 본부기도 하다. 특히 눈표범, 붉은 늑대, 말라 얀호랑이 등 희귀종의 번식과 야생 복귀에 있어 매우 세계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릴라숲, 말라야 정글, 아프리카 평원 등 각 전시 구역도 매우 사실적으로 구현되어 있다. 교육 프로그램 수준이 높아 어린이뿐 아니라 대학 및 연구자들과의 협력도 활발하다.



브룽크스 동물원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bronxzoo.com/







스미스소니언 국립 동물원 (Smithsonian's National Zoo)

미국, 워싱턴 D.C.

사진 출처: 스미스소니언 국립 동물원 위키피디아

스미스소니언 국립 동물원은 1889년에 설립된 미국 연방 정부 직영의 동물원으로, 입장료가 무료인 몇 안 되는 대규모 국립 동물원 중 하나이다. 약 66헥타르의 부지에 400여 종의 동물 보호하고 있으며, 미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교육, 연구, 보전이라는 세 가지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곳은 '판다 외교'로도 유명한데, 중국과의 협약을 통해 오랜 시간 자이언트 판다를 보호해 온 장소이기도 하다.


동물원 자체뿐 아니라, 버지니아에 위치한 전용 보전 캠퍼스 (Smithsonian Conservation Biology Institute)와의 연계 운영을 통해 종 보전과 야생 방사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전시보다는, 보전과 교육의 철학을 내세우며 동물원 운영의 공공적 가치를 꾸준히 실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물원은 누구나 들어와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 공간 전체에 녹아 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 동물원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nationalzoo.si.edu/










토론토 동물원 (Toronto Zoo)

캐나다, 온타리오 토론토

사진 출처: © Destination Ontario

토론토 동물원은 1974년에 개장된 캐나다 최대 규모의 동물원으로, 약 287헥타르에 이르는 넓은 부지에 450종 이상의 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전시 구역은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유라시아, 캐나다 등 지리적 생물군을 기준으로 나뉘어 있어, 관람객은 하나의 대륙을 여행하듯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캐나다 생태 구역에서는 북미들소, 스라소니, 북극곰 등 캐나다 토종종에 집중해 지역 생태계 보전의 의미를 살리고 있다.


토론토 동물원은 교육과 과학 연구, 보전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으며, 동물 복지를 위한 환경 풍부화 프로그램과 행동 관찰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또한 방문객을 위한 생태교육 센터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어, 단순한 관광지 이상의 학습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멸종위기종 번식뿐만 아니라, 서식지 복원과 기후변화 대응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공공 동물원의 모델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토론토 동물원 공식 웹사이트 바로바기:

https://www.torontozoo.com/









차풀체펙 동물원 (Chapultepec Zoo, Zoológico de Cahpultepec)

멕시코, 멕시코시티

사진 출처: © CDMX Secreta

차풀테펙 동물원은 1924년 개장된 멕시코의 대표적인 국립 동물원으로, 멕시코시티 중심부의 차풀테펙 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 입장료 없이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 동물원이며, 연간 방문객 수가 수백만 명에 달할 만큼 지역 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멕시코 토종종 보존에 주력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멕시코 늑대, 토착 수달, 황금독수리 같은 종들의 보전을 위한 연구 및 번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라틴아메리카 최초로 자이언트 판다 번식에 성공한 곳이기도 하다. 자연 서식지형 전시로의 전환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점진적으로 동물 복지를 고려한 시설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도시 중심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동물원이라는 점, 그리고 토착 생물 보호에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더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멕시코 동물 보전의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차풀테펙 동물원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data.sedema.cdmx.gob.mx/zoo_chapultepec/








상파울루 동물원 (São Paulo Zoo, Zoológico de São Paulo)

브라질, 상파울루

사진 출처: © WhichMuseum

1958년 개장한 상파울루 동물원은 남미 최대 규모의 동물원 중 하나로, 80헥타르의 넓은 부지에 약 400종, 3,000마리 이상의 동물을 보유하고 있다. 열대 우림, 사바나, 습지 등 다양한 브라질 생태계가 반영된 전시 구역이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대서양 숲(Atlantic Forest) 생물군을 보호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아마존 고유종과 브라질 내 희귀종이 조화롭게 전시되어 있는 점이 이 동물원의 가장 큰 특징이다.


상파울루 동물원은 교육 및 연구 기관과 연계하여 토착종의 유전적 다양성 보존과 야생 복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동물 행동을 기반으로 한 전시 환경 개선과, 브라질 내 고아동물 구조 및 수용 네트워크와의 협업도 활발하다. 대중적 인지도와 과학 기반 운영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돋보이며, 남미 동물원의 보전 중심 운영을 이끄는 주요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상파울루 동물원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zoologico.com.br/










부에노스아이레스 생태공원 (Ecoparque Buenos Aires)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사진 출처: 부에노스아이레스 생태공원 위키피디아

한때 부에노스아이레스 동물원이었던 이곳은 2016년부터 '생태공원(Ecoparque)'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과거 철창식 전시 중심의 동물원이었던 공간을 시민들의 요구와 윤리적 반성에 따라 전시 중심에서 비전시형 보호 중심 공간으로 전환한 사례다. 현재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외부 보호소로 옮겨졌거나, 넓은 자연형 구역에서 보호받고 있으며, 더 이상 ‘관람’보다는 ‘회복과 교육’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생태공원은 멸종위기종의 재활과 야생 복귀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으며, 도심 내 생물 다양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도시 생태 복원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한 전시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예술·교육 활동과 시민참여형 콘텐츠를 운영 중이다. ‘동물을 보기 위해 오는 곳’에서 ‘동물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곳’으로의 전환을 실천하고 있는 이 공간은, 남미에서 보기 드문 윤리적 전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생태공원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buenosaires.gob.ar/vicejefatura/ambiente/ecoparque











더 와일드 애니멀 생츄어리 (The Wild Animal Sanctuary)

미국, 콜로라도

사진 출처: © Colorado.com

콜로라도 평원에 자리한 더 와일드 애니멀 생츄어리는, 전 세계에서 구조된 대형 육식 동물들을 위한 생츄어리로 1980년에 설립되었다. 이곳에는 서커스, 사육장, 밀렵, 개인 불법 사육 등으로부터 구조된 사자, 호랑이, 곰, 퓨마 등 500마리 이상의 대형동물들이 보호받고 있다. 울타리 대신 광활한 초원과 숲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넓은 서식 공간에서 동물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하며,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이 생츄어리는 상업적 전시나 쇼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으며, 보호와 회복, 교육이 운영의 전부다. 방문객은 높은 보행 전용 스카이워크를 통해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관찰하게 되며, 인간 중심이 아닌 동물 중심의 시선을 제안받는다. 미국 내에서도 가장 윤리적인 생츄어리 중 하나로 평가되며, 구조된 동물이 끝까지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진짜 피난처’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더 와일드 애니멀 생츄어리 공식 웹사이트 바로가기:

https://www.wildanimalsanctuary.org/?gad_source=1&gclid=Cj0KCQjwy46_BhDOARIsAIvmcwNnUQ1GP4NTwZZTy_DsyYGqGB4jHzhj8k4XUU9ksKYEnpwkPM6u73oaAq4eEALw_wcB










타마린 생츄어리 (Santuario del Tití Gris)

콜롬비아, 바예델카우카

사진 출처: © Cornare

타마린 생츄어리는 콜롬비아의 토종 영장류인 회색타마린(Gray Titi Monkey)의 보전과 숲 생태 복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지역 생츄어리이다. 불법 밀렵과 삼림 파괴로 위협받는 소형 영장류를 구조·보호하며, 동시에 그들이 살아가던 서식지를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둔다. 구조된 개체들은 재활과 일정 기간의 인간 비접촉 훈련을 거친 후, 가능하면 원래의 숲으로 방사된다.


이곳은 지역 주민과 협력하여 생물다양성 교육, 열대림 복원 프로젝트, 생물 밀매 근절 캠페인 등 다양한 지역 사회 활동도 함께 전개하고 있다. 생츄어리 자체가 하나의 작은 숲 보전 네트워크처럼 작동하고 있으며, 단순한 보호를 넘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독립 생츄어리 중에서도 생태 중심성과 지역 공동체 연계가 강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아메리카 대륙의 동물원과 보호소들은 규모, 접근 방식, 운영 철학 모두에서 놀라울 만큼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북미의 동물원들이 보전과 교육을 중심으로 한 과학 기반 운영 모델을 만들어왔다면, 중남미에서는 열대 생태계와 지역 공동체가 연결된 보호소와 생태공원이 의미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었다. 전통적인 전시 중심 운영에서 점차 벗어나려는 노력들, 그리고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묻는 생츄어리의 존재는 이 대륙에서도 분명히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다음 여정은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로 이어진다. 고유종이 풍부한 호주와 뉴질랜드의 동물원들, 그리고 인간과 야생이 공존해야만 하는 아프리카의 보호 구역과 생츄어리들. 그곳에서는 ‘동물원이 있어야 할 자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다시 한번 던져질 것이다. 동물원으로 지구 한 바퀴, 다음 목적지는 야생의 숨결이 가까운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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