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
요즘 대학 강의실은 학생들을 집중시키기 위해 처음부터 조금 세게 나갈 필요가 있다. 참 너무 집중을 하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게임을 하는 학생들을 그냥 참고 넘어가야 한다. 대학에서 말이다. 행복론 강의, 나는 어제 화도 나고 해서 이렇게 시작했다. “여러분은 행복할 자격이 있습니까?”
말을 조심해야 했다. 여기에서 더 화를 내다가는 인터넷에 어떤 얘기가 떠돌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나를 믿는다. 대학 강의실이란 누구의 화풀이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물론 오락실이 되어서도 안 된다) 몇 명의 학생이 핸드폰을 덮어 두었다. 내가 화를 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상한 건지, 학생들이 이상한 건지, 세상이 이상한 건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은 한 줄짜리 이해를 가지고 행복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돈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왜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일까? 돈을 수집하기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아주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돈을 많이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기 때문이다. 그놈의 돈 때문에 신경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또 무얼 말해 볼까? 남들이 부러워하는 차, 명품,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갖기 원하는 이유는 또 왜 그럴까? 겉으로는 자랑하기 위해서라고 하겠지만, 아니다. 남들 앞에서 그런 것들 때문에 주눅들고 싶지 않아서다. 그런 상황으로부터 마음 편히 살고 싶어서다. 행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대부분이 그렇다. 사실은 그냥 그것을 갖고 싶은 것이 아니다. 정말 사실은 우리 모두 그것을 신경쓰지 않고 살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 우리가 정말 깊은 곳에서 원하는 것은 그것을 단지 더 많이 갖고 싶은 게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더 자유롭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진짜 원하는 행복은 ‘자유로운 삶’이다.
얼마나 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한참을 이런 얘기를 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학생들에게 정말 한 가지를 가르쳐 주고 싶다고 말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정말 자격이 필요합니다. 자격이 없다면 행복할 수도 없습니다. 그것은 행복이 무엇인지 먼저 아는 것입니다. 운전면허 자격증이 있어야 운전을 하듯, 행복자격증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자격증이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자유로운 삶’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언제나처럼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는다.
나는 교수다. 강의실에서 화를 내는 떠버리가 아니다. 아무튼 평소보다 조금 격앙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수업을 정리해야 했다. “우리가 원하는 행복이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을 갖는 것인지, 정말 그러면 되는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인간이고, 인간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자유롭고 싶습니다. 내가 원하는 행복이 사실은 자유로운 삶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행복이 자유라면, 자유로운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유로운 만큼 행복하다면 더 자유로운 만큼 더 행복해질 것이고, 아마도 가장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면 당신은 가장 행복한 삶도 실제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돈이 아니라, 아파트가, 차가, 명품 시계가 아니라 자유가 뭔지 먼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유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수학을 잘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영어를 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집이 부자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어디든 걷는 동안 핸드폰을 넣어 두고 걸어보면 아는 것이다. 전철에서 버스에서도 핸드폰을 보지 않기로 한 그 약속을 지키며 멍하게 창밖을 보면 알 것이다. 단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