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립하기 힘든 3가지 갈림길
상품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상품의 포지셔닝입니다. 포지셔닝을 한다는 것은 시장 내에서 어떤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고객에게 각인이 되고자 하는지, 승부처를 정하는 것입니다. 상품이 지닌 강점이 독보적이고 강력할수록 고객에게는 더욱 깊게 각인되고, 강하게 각인될수록 상품은 대체불가능한 위치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됩니다.
포지셔닝을 위해서는 경쟁 브랜드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경쟁 브랜드와 부딪히지 않는 영역에 침투하여 우리 브랜드만의 영역을 만들어가거나, 경쟁자가 있는 포지션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여 그 자리를 쟁취해야 합니다.
물론 가격과 품질 모두로 승부를 본다면 너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우리의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 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따라서 오늘은 상품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사전에 고려하고 판단해두어야 하는 3가지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째, 상품경쟁력. 가격 vs 품질.
가격과 품질을 양립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대규모로 양산하여 규모의 경제 효과를 만들 수 있는 대기업 인프라가 아니고서는 원가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품질을 끌어올릴수록 가격은 필연적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대량 생산 공정을 벗어나는 순간부터는 수작업이 반영되면서 생산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차별화를 위한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동시에 상품 원가는 올라가게 되어있습니다. 개발하다 보면, 분명히 두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따라서 시장분석을 통해 경쟁 상품들의 포지션을 촘촘하게 구분해 보고, 어느 수준으로 우리 상품을 위치시킬지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두가지 전략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경쟁 브랜드보다 가격은 높더라도 경쟁자가 해결하지 못한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하여 확실한 품질 우위를 제공하는 전략, 반대로 경쟁 브랜드가 가진 요소 중 고객 니즈가 적은 부분의 품질을 낮추면서 가격을 낮추는 전략이 있습니다.
두 번째, 타깃고객의 범위. 대중 vs 마니아층
고객 타깃의 범위를 설정하는 부분입니다. 이 두 부분이 양립하기 어려운 이유는 타깃 고객이 상품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상품의 콘셉트, 디자인, 품질, 가격, 마케팅 채널까지 모든 전략이 연결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가령, 건강 지향 음료를 개발한다고 하겠습니다. 대중을 타깃으로 하는 건강지향 음료와 운동 마니아층을 집중 타깃하는 건강지향 음료는 아예 다르게 접근하여야 합니다. 대중들은 음료의 기능보다 맛에 높은 선호를 보이기 때문에 음료의 맛을 호불호 없이 설정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반면 마니아층은 기능적 요소와 프로틴함량 같은 부분들을 보다 충족시켜야 합니다. 더불어 상품명, 디자인까지 모두 다르게 설정되어야 합니다.
또한 타깃고객의 범위를 정하는 것은 시장의 크기를 정하는 것입니다. 시장의 크기에 따라 기대매출이나 생산물량, 필요한 자원의 수준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타깃 고객을 설정하기 전 단계에서 미리 그림을 그려보셨으면 합니다.
세 번째, 트렌드. 스테디셀러 vs 트렌드세터.
스테디셀러가 될 것인가, 트렌드세터가 될 것인가. 두 가지도 양립하기가 정말 어려운 영역입니다. 스테디셀러가 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트렌드를 따라가야 됩니다. 고객에게 믿음을 주면서 안정적이고 점진적으로 변화해 나가야 합니다. 반대로 트렌드세터는 단기 트렌드의 변화에 맞추어갑니다. 빠르게 치고 빠져야 하므로 빠르게 눈에 띄는 전략을 써야 합니다.
과자 시장을 살펴보면, 우리가 어릴 적부터 먹었던 과자들이 있습니다. 새 O깡, 홈 O볼 같은 상품들이죠. 이들은 같은 패키지를 오래 쓰고 언제 먹어도 변함없는 맛입니다. 반면, 쉴 새 없이 새로운 맛의 상품들이 등장합니다. 이런 상품들은 대개 '시즌', '에디션'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옵니다. 그중 반응이 좋으면 스테디셀러로 정착하죠. 이처럼 과자 업체들은 스테디셀러 과자를 캐시카우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과자를 만들어 트렌드에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상품의 콘셉트, 판매 기간, 물량, 가격, 마케팅 전략 등을 다르게 설정해야 하는 중요한 갈림길입니다.
상품 포지션은 주로 이 3가지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브랜드의 지향점이 명확하면 그것에 맞추는 것이 대전제이지만, 제 경험상 브랜드 포트폴리오 내에서도 세부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늘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어떤 가치에 무게를 둘 것인지를 미리 판단해 두신다면, 상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훨씬 수월하게 의사결정을 하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좋은 상품은, 한정된 자원 속에서 양립하기 어려운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내 상품만의 경쟁력을 최대치로 만들어 고객을 만족시킬 때 탄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