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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길들이거나 바꿀 수 있을까?

진짜 혁신 VS 가짜 혁신

by 누루


'혁신'이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간단히 '기존의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을 혁신이라고 하죠. 많은 사람들이 고객의 라이프를 새롭게 만드는 상품의 혁신을 위해 노력합니다. 특히 기술 집약적 상품의 경우는 더욱 혁신이 성공의 핵심 열쇠입니다.

저 또한 초기에는 세상에 없는 혁신 상품에 대한 열정이 솟구치곤 했습니다. 고객들에게 새로운 라이프 패턴을 제안하고 기존의 패턴을 바꾸는 상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더라구요. 어떤 혁신적인 상품이 나온다는 것은 그것을 사용할 고객의 라이프 패턴이 변화하는 것인데, 고객을 길들이거나 바꾸는 일은 매우 오래 걸리고 어렵다는 점을요.


세상에 새로운 상품들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데 왜 빛을 보는 상품은 드물까요?단순히 새로움을 제공하는 것만이 혁신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짜 혁신은 살아남지만, 가짜 혁신은 도태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기준이 될까요?

혁신의 구분은 고객의 라이프 관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진짜 혁신은 라이프 레벨의 수직 이동입니다. 상품을 통해 고객의 라이프가 업그레이드되어야 합니다. 불편한 점이 해소됐거나, 더 편리해졌거나, 그리하여 고객에게 필수사항이 되어 자발적으로 선택을 하고 패턴을 변화해 나갑니다. 이젠 없이 사는 것이 상상되지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


가짜 혁신은 라이프 레벨의 수평 이동입니다. 상품이 단순히 평행한 수준에서 새로운거죠. 이 경우는 고객 입장에선 선택사항이 됩니다. 그런데 고객은 기존의 익숙한 방식을 선호하는 회귀성향이 강합니다. 고로 택받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아무리 세상에 없던 새로운 특징을 가졌어도, 고객의 자발적인 변화를 유도하지 못한다면 선택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케팅을 통해 장점을 어필하고 고객을 길들이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여야 합니다.


설령 진짜 혁신이어도, 고객에게 상품을 알리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며 큰 자원이 소요됩니다. 예를 들어, 즉석밥이 대중화되기까지는 강산이 변할 만큼 오래 걸렸습니다. 제조업체에서는 오랜 기간 인내를 가지고 손실을 감당해 가며 설비와 마케팅 투자를 해왔구요. 그만큼 대기업의 자본력으로도 고객의 라이프 패턴을 바꾸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혁신은 어려운 것입니다. 계속 어렵다는 말만 하니까 어쩌라고 싶을 수 있는데요.

사실 꼭 혁신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을까요? 오히려 혁신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여는 건

대기업에게 맡겨두는 겁니다.


대신 고객의 라이프와 익숙한 행동 패턴을 고정변수로 인식하고 시작해보세요. 애초에 고객의 라이프에서 출발한다면, 그 자체를 바거나 새롭게 길들이기 위해 투자할 필요없습니다. 고객 라이프에 침투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을 택하는거죠. 그리고 고객의 선택지들 중 최고의 선택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현실적으로 생존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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