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가벼운 그 이름(6)
강아지 꿈을 꾼다. 꿈에서도 아픈 모습이다. 가슴 아프게도. 나는 그런 녀석을 케어하느라 분주하다. 밥을 제때 챙겨 주지 못해서 걱정하고, 어딘가에 혼자 두고 와서 걱정하고, 온통 걱정만 하다가 꿈이 끝난다. 별이 되었지만 여전히 꿈에서도 아픈 모습이라 마음이 아프다. 내가 자꾸만 그렇게 기억하기 때문인지. 좋은 모습만 떠올리려는 노력이 부족한 탓인지. 아픈 모습으로 기억하는 게 미안해서, 이따금 꿈에서 만나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나를 찌르기 시작한다.
지난겨울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가 우리 강아지 꿈을 꿨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이 얘기를 해야 되는지 말아야 하는지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우리 강아지를 사진으로밖에 보지는 못했지만 한창 건강할 때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 그이 꿈에 찾아간 강아지는 무척 건강해 보였다고 한다. 하늘이 맑은 날 공원에서 만났다고 했다. 초록빛의 생기가 넘치는 나무와 풀이 가득한 곳에 그 아이가 있었다고. 다른 사람의 꿈에 찾아간 건 내가 자꾸만 슬퍼하니까, 아픈 모습으로만 기억하니까, 그렇게라도 잘 있다고 대신 소식을 전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꿈을 꿨다. 예전에 함께 살던 집 안방이었다. 이불속에서 둘이 같이 누워 있었다. 내 품 안에서 팔베개를 하고 있다가 더웠는지 배 위로 올라온 녀석. 배 위에 올려놓고 한참을 쓰다듬었다. 그리운, 보드라운 털이 무척이나 생생했다. 품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체구, 여전히 귀여운 따뜻한 품. 그립고 그리운 모습이었다. 그렇게 촉감까지 생생한 꿈은 처음이었다. 한 번만 더 안아보고 싶다는 미련한 꿈을 들어주러 온 걸까. 정말 품에 안은 듯했다. 꿈이어서 슬펐지만 꿈이어서 좋았다. 슬프지만은 않았다. 오랜만에 느낀 온기 덕분에.
꿈에서 꿈이란 걸 알게 되는 순간 나는 세상 밖으로 튕겨져 나온다. 마치 '너는 너의 세상으로 돌아가' '아직은 올 때가 아니야' '너의 오늘을 살아야지' 하는 것만 같다. 그렇게 내가 있는 세상으로 돌아온다. 녀석이 없는, 나 혼자만 있는 방으로. 수십 번 꿈과 현실을 오고가며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녀석과의 이별을 준비할 때 강아지와 이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꿈에라도 찾아와 줬으면 좋겠는데 한 번을 안 온다고, 보고 싶다고 하던 말이 떠오른다. 꿈에 나와도 슬프고 꿈에 나오지 않아도 슬프겠구나. 나는 꿈에서나마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 세상에서 더는 볼 수 없는 그리운 얼굴을 꿈에서도 볼 수 없으면 얼마나 슬플까. 꿈에서라도 볼 수 있어서 그리움이 숨을 쉴 수 있는 게 아닐까.
요즘은 꿈에서 잘 못 보는 것 같다. 언제든 꿈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면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했으면 좋겠다. 나도 녀석도. 아팠던 모습, 힘들었던 모습, 못해준 마음보다 건강했던 모습, 즐거웠던 모습, 함께한 마음을 추억해야지. 사랑스러움을 기억해야지. 그것만은 그 녀석이 놓고 간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