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
끈기가 부족하다.
어릴 적부터 들었던 소리다. 가정통신문 란에 끈기가 부족하다는 문장에 나는 익숙했다.
크면서 알았다. 부족한 끈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늘 불안한 가정환경이었고, 늘 바빴던 옷장사였고, 지금도 육아로 보호자로 늘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꾸준함은 꾸준히 없고 끈기도 없다.
어제 금요일에 발행할 <옷쟁이 나철여> 글도 발행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쫓기는 것도 아니었고 불안한 것도 아닌 올릴까 말까 막연한 갈림길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 꾸준함을 포기할 시점이었다.
아침 일찍 눈 뜨자마자 폰을 잡았는데 알림글이 있어, 들어갔다.
브런치 작가 강석우 님의
<하나를 보면 전부 알 수 있다고?>
이어지는 글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아들과의 대화였다.
"이렇게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는 반드시 멈춰서 저쪽에서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확인한 후에 가야 한다."
글 제목에서 정신 차리고, 이 말이 또 정신을 들게 했다.
하나를 보면 전부를 알 수 있다? 는 제목, 그 하나와 이 하나와는 달랐지만, 내게 있어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도 있는 하나, 바로 글쓰기를 멈추는 유혹이었다.
꾸준함이 없고 끈기가 부족한 나는 여전히 꾸준함이 없는 내 모습에 채찍 같은 글이었다.
작가님의 아들 대신 내가 주의를 받았다.
댓글을 처음 남기고 어제 못 올린 글을 오늘이라도 발행하기로 했다.
발행 한 후 독지들에게 죄송한 맘을 전하고 싶은데 용기가 없다.
실은,
옷쟁이 나철여 브런치북 목차에 새들의 욕망이라고 제목은 미리 공지했는데 너무 복잡해지는 심정과 길어질 스토리를 줄이고 줄이다 보니 포기하고 싶었다. 아니 두 갈래 길에서 포기했었다.
자전거의 따르릉 소리가 새벽길을 열었다.
끈기있게 쓰기로 했다.
<나철여 브런치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