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보다 못하랴
또 웬 떡인가 싶었다.
가을이라 온통 축제다. 손주들의 유치원도 초등학교도 발표회며 글짓기대회로 연이은 가을축제 속에 며느리도 엄마참석을 위해 학교에 연가를 냈다. '나도 휴가?'
"어머님 오늘내일은 제가 등 하원시킬게요"
예측 못한 참 반가운 소리지만, 차분히,
"응 그래, 우리 준이 민이 너무 좋아하겠네!"
너무 좋은 건 바로 이 할미다.
깜짝 찾아온 하루휴가,
번개처럼 번득이는 사람은 역시 친구보다 친구 같은 올케언니들이다. 셋째 올케언니는 같은 대구에 산다.
넷째 언니는 대구에 살지만 서울 딸네 외손주들 육아하느라 가끔 대구에 내려온다. 마침 대구에 잠깐 내려와 있었다. 우리 셋은 칠십을 코앞에 두고, 육십 끝자락에 한 두 살 위아래다. 이 나이는 손주들에게 묶인 것도 또 다른 축복이기도 하다.
어제는 나의 주도적인 번개에 넷째 언니만 당첨, 아쉽지만 셋째 언니는 오빠랑 부산으로 가는 선약이 되어 있었다.
넷째올케언니랑 단둘이도 좋다.
우린10시에 만나 곧 APEC 이 개최되는 경주로 달렸다.
빠른 검색으로 첨성대 꽃축제를 찾았고, 보문호수에 있는 수상무대에서 AEPC 개최 축하공연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보문단지는 이번 국제대회를 앞두고 단장도 하지만 미리 철통보안도 하는듯 해경보트가 뭔가 탐색하고 설치하고 있었다.
부슬비가 오락가락했지만 우린 그조차도 낭만으로 삼고 연신 폰카셔터를 누르며 가을도 담고, 국제대회 개최 성공도 기원했다.
축하공연 시작을 알리는 영상을 찍다가 핸드폰을 공연석 사이로 떨어뜨릴뻔했다. 남편의 전화가 화근이지만 천만다행 폰도 남편도 무사했다. 첨성대 꽃축제 갔다가 좀 일찍 도착해 무대 리허설부터 꼼꼼히 본 터라 정작 본 공연은 끝까지 다 보지 못하고 일어섰다. 때마침 공연석 뒤로 공연을 막 마친 러시아 가수가 우리 옆에 서 있어 같이 기념사진도 찍었다. 되레 고맙다며 싸인이 담긴 스티커를 선물해 줬다. (웬 떡? 팬심이 생기네)
빛을 따라 꽃길을 따라 하루를 이틀처럼 누렸다.
국제대회 개최준비로 바쁜 경주의 낮은 낮대로, 밤엔 밤대로 제 역할을 다한다.
해가 지고 나니 빛을 더 발하는 보문호수 산책길이다. 비까지 부슬거리니 우리의 몸도 마음도 비따라 춤춘다.
내성적인고 차분한 넷째 언니는 드러내기를 싫어하니 장난기 가득한 시누이인 내가 더 깨발랄이다.
우린 어제 하루 국화였고 맨드라미였고 해바라기였고 여왕벌이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나바라기에 숫벌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남편과 철 지난 해수욕장 부산 해운대로 달린다.
차가 있어 감사하다.
이 나이에도 운전을 할 수 있어 더 감사하다.
꿀 같은 하루가 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