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수인 Oct 11. 2024

아, 아직 완결 아닙니다!

6장 왜 안 쓰는지 말해라.





안녕하세요. 한수인 입니다.

일단 머리 씨게 박고 시작하겠습니다. 어제 밤 11시 경에 올린 5장 경계선(3)은 그동안 여러분이 부러 찾아 주신 수고로움에 전혀 보답해드리지 못한 미흡한 원고였습니다.

잠깐 변명을 늘어 놓자면 이러합니다. 연재 13일 째가 되는 날부터 먼저 써 둔 원고가 어디 밖에 내놓기 몹시 민망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퇴근 후에 어떻게든 다시 써서 읽는 분들께 부끄럽지 않고 싶었습니다. 더 뾰족하고 더 치밀하게 이야기를 짜고 캐릭터에게 색을 넣으며 어찌저찌 고비를 넘기며 파랑 원앙이 죽는 곳까지 밀고 넘어갔습니다. 그 기간 동안 하필이면 야근이 잦았습니다. 대체 휴일에도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와서 매일 연재 하는 일이 불쑥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연재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소설이 가지는 연속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읽어나가지 못하면 적당히 책 날개를 접어 한 세월이 지나서야 다시 한 번 펴 볼까 말까 한다는 것을요. 일단 제가 그런 놈이고... 요… 네… 아무튼 그런 이해 덕분인지 첫 글부터 어제의 망작까지 꾸준히 라이킷을 눌러 주시는 분들이 꽤 계셨습니다. 응원금도 매일 매일 생겨서 놀라고 기쁠 따름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제가 싸 놓은 알 수 없는 아무말 대잔치 덩어리들을 보자니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새벽 내내 신경통이 올라와서 고생하면서도 아, 얼른 한숨 자고 글을 다시 봐야 해. 라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새벽 5시 경에 눈을 뜨고 책상 앞에 앉았더니 벌써 열 두 분이나 라이킷을 눌러 주셔서 정말이지 처참했습니다.

마음을 잡고, 올린 글을 다시 읽으며 의미 단위와 의도한 바를 세워 다듬고 나니 출근 시간이 가까워졌습니다. 필요를 느끼고 뒤늦게 수습을 했다만 부족하긴 매 한가지 입니다. 여유가 있으시다면 다시 보러 가셔도 좋고, 그렇지 못한다 하셔도 그동안의 감사함을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죄송한 마음 전해드립니다.     






브런치 북은 30편을 한 권으로 묶는다길래, 계산기를 두드렸습니다. 편 당 가독성이 가장 좋은 글자 수가 3천 자라고 한다면 각 큰 장마다 내가 담을 이야기의 규모가…


유품 정리를 시작으로 대청소로 넘어가서 서로가 가진 이해 관계를 알게 되고, 결국 엉망인 저녁 식사를 거쳐서 생사의 구획이 나뉘는 지점까지 가고… 그 다음은? 6장 무명으로 마무리 해야겠당~


딱 32편으로 완결 된다는 데이터가 나오고 나서, 강박적인 저는 어떡하지 병에 걸리기 시작합니다. ㅋㅋ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이이이이? ㅋㅋ 그러다가 아, 6장을 통으로 날리자. 그리고 6장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약간의 기획 의도와 스포와 와라라라랄을 하다가 경계선이 단행본으로 나오지 못한다면 6장을 영영 못 볼지도 모른다는 겁박을 하자! ㅇㅅㅇ 조아! 완벽하다!


누가 그럴지도 모릅니다. 두 권으로 브런치 북을 나눠서 발간하세요. 맞는 말씀이죠. 하지만 저는 칸 맞추기 줄 맞추기 대장이란 말이에요. 제가 소설 경계선을 브런치 북으로 소개한 글도 한 번 보세요. 은희경 작가 봉준호 감독 그리고 컴온. 여기서 뭐 느껴지시는 거 없으세요? 딱 글자 수랑 라임 맞춘 거 봐 봐요. 저 되게 변태 그 잡채인 거 느껴지시죠? 후후. 이렇듯 각 잡힌 제 스타일을 꼿꼿하게 유지해나갈 작정입니다! 근데 약간 모순은 있어요. 사람은 좀 각이 없어요. 핳. 좀… 까분달까?


…… 근데 저 mbti는 I..예요. 걍 그렇다는 사실만 말씀드려요.


어쨌거나. 여러분은 사는 동안 얼마나 웃으세요? 아니, 하루 중에 얼마나요? 아니다. 한 시간 안에 얼마나요? 아하, 웃을 일이 없다고요?


사실 제가 그래서 쓴 거예요. 이 경계선을.


저는 코미디라는 장르를 배우고 나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코미디는요. 비극이라는 무거운 추를 툭 늘어뜨린 채 그 위에 캐릭터를 가볍게 끌어 올려서 웃음을 쓰거든요? 완전 우리 인생 그 자체잖아요. 다만, 우리는 그 무거운 추를 붙들고 같이 진자 운동을 할 때도 있을 뿐이죠. 저는 그냥 경계선을 붙들고 원 없이 까불어 본 것 같아요. 평소에는 저도 이 사회가 원하는 어른의 얼굴, 서른이 넘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지내요. 그렇지만요. 그런 낡고 딱딱한 얼굴 아래로 동심과 유머를 꼭 붙들고 살고 싶어요. 언제든 튀어 오를 준비를 하는 거죠.


6장 무명은 합가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해요. 희주는 생각보다 진통을 길게 하는 지연을 두고 먼저 집으로 돌아와요. 씻지도 않고 잠깐 눈을 붙인 희주를 두고 물건들이 흥분해서 이야기를 진행해요. 그래서 대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요. 캐릭터는 결핍을 가지고 욕망을 통해 아젠다(진짜 원하는 거)를 보여준다고 해요. 6장에서는 물건들이 가진 아젠다를 신나게 뽑아낼 계획입니다. 물건들 하나 하나가 진짜 원하는 게 뭐였을까요?


아, 스포 하나. 멈춰 버린 돼지토끼 알람 시계가 다시 깨어난다면 여전히 성진이를 사모할까요?









이 글의 시작이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hansuin/1

이전 28화 산통이 시작 됐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