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추억

봉숭아 꽃물

by 예담

여름 끝자락 그리움이 모인 밤

세 자매 뭉쳤다.


시간이 겹겹 쌓인 장독대 옆

붉은 꽃 품은 봉숭아에서

어릴 적 그리움 피어난다.


봉숭아 꽃잎 콩콩 찧는 향기

보드라운 아주까리 잎 다듬고

어머니 손때 묻은 명주실 챙긴다.

툇마루에 등잔불 하나 밝히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세 자매

큰 언니가 손톱에 올려주고

빨간 손톱 꿈꾸며

꽁꽁 감아 매듭짓는다


칭칭 감은 명주실 빠질세라 잠 설친 밤

깜빡 졸다 깬 새벽

통째로 빠진 아주까리잎 이불 속에 나뒹군다.


지난날을 그리며 지새운 여름밤

반백의 머리에 흰서리 내리는 날

오늘의 미소 다시 볼 수 있으려나

keyword
이전 15화이젠 끝내고 싶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