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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장 Sep 23. 2024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한 나무 일곱 가지 

어느 두메산골에 튼실하고 싱싱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둥치에서 가지 하나가 삐죽 돋아나더니 뒤이어 여섯 개의 가지가 순차적으로 뻗어 올라온다. 나는 다섯째 가지다. 일곱 가지는 반듯하고 우직한 둥치를 보며 그를 닮아갔고, 자기들끼리 서로 부대끼며 의지하고 밀 거니 당기거니 경쟁도 하며 튼튼하게 잘 자랐다. 다 자란 가지들이 각자 안전한 곳에 자리 잡아 뿌리를 내리고 또 새 가지를 뻗어내기 시작하자 묵은 둥치는 시름시름 말라 자연으로 돌아갔다. 둥치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날 흩어졌던 가지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서로 의지하며 잘 지내자 서로를 위로하며 똘똘 뭉쳤다. 언제 어디서나 한 둥치에서 뻗어 났음을 잊지 않으며 서로 챙기며 의지하고 지냈다. 

    

여섯 가지는 제일 어린 나이에 둥치를 잃은 일곱째 막내 가지가 잘 뿌리내리고 사는지 늘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변고인가 걱정 없던 여섯째 가지가 지난해 여름 큰 사고를 당하여 사경을 헤매게 되었다. 각지에 흩어져 있는 가지들의 마음도 심하게 흔들리며 요동친다. 첫째 가지는 성당으로 달려가 성모님 앞에 꿇어앉아 “여섯째부터 데려가시면 안 돼요. 보내주신 순서대로 차례로 불러 가주세요” 하고 간절히 기도했고, 둘째 가지는 둥치들이 잠들어있는 산으로 달려가 엎드려 울며 “당신의 분신인 여섯째 가지 좀 살려주세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어요. 차라리 할 일 다 한 저를 대신 데려가세요” 하고 애원했다. 다른 나머지 가지들도 모두 하나 되어 여섯째 가지의 회복을 위해 절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기도의 덕인지 의술의 덕인지 여섯째 가지는 네 번의 대수술 후 심한 섬망 증상까지 보이는 큰 고통과 어려움 끝에 조금씩 회복했다. 

    

여섯째 가지는 무덥던 여름에 생사조차 가름하기 어려운 채로 병원으로 실려 갔다. 계절이 바뀌어 가을이 지났고 또 한 계절이 바뀌어 겨울이 지난 다음 해 봄이 왔다. 세 계절을 병원에서 보낸 여섯째 가지는 퇴원해서 통원 치료가 가능한 정도가 되었다. 퇴원 후 그해 봄 여섯째 가지의 육십 번째 생일이 맞이했다. 생일 축하와 길고 길었던 사고와의 사투에서 이겨내고 다시 걸어 나올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두 모여 파티를 했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됨에 감사하며 서로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숨죽여 삼켰다. 봄의 잔잔한 순풍과 아지랑이가 감미롭고 평화롭게 일곱 가지의 주변을 맴돌며 지켜 주었다. 그 봄은 따스했다.

    

평화롭던 봄이 지나고 다가온 여름 예전에 없던 더위가 기승을 부리니 첫째 가지와 둘째 가지가 걱정이다. 첫째가지 와 둘째 가지의 곁을 지키던 옆지기의 자리가 비어 있으며, 그들이 가꾸어 낸 새 가지들은 이미 독립해서 떨어져 나갔으니 늘 혼자인 것이 마음에 쓰인다. 그래도 아직 둘째 가지는 나름 일도 하고 마을 일도 보고 취미로 외국어 공부도 한다. 그런데 첫째 가지는 더워서 밖에도 못 나가고 힘들어한다. 시름시름 아파하다 사그라질까 봐 걱정이다. 뭔가 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만들어 주자 생각하고 구청과 동사무소, 평생학습관에 알아보았다. 생각보다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취미 활동도 많다. 허리가 부실한 첫째 가지를 위하여 수영과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니 노래 교실도 알아봐야겠다 하고 생각했다. 또 외골수로 한 회사에서 평생 일하고 정년퇴직 후의 생활에 무료해하는 넷째 가지도 새로운 생활에 잘 적응해야 할 텐데 걱정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인가. 걱정하지 않던 셋째 가지의 몸에 나쁜 혹이 생겼단다. 셋째 가지가 태풍에 흔들리니 나머지 여섯 가지도 심하게 흔들린다. 일곱 가지 들은 나쁜 혹이라면 너무나 무서워한다. 둥치가 나쁜 혹 때문에 떠나셨고, 둘째 가지 옆지기가 나쁜 혹 때문에 고통 속에 떠나셨다. 그런 나쁜 혹이 셋째 가지에 생겼다니 모두가 놀랍고 무섭다. 여섯째 가지의 회복으로 한시름 놓았던 일곱 가지는 다시 망연자실하며 실의에 빠져 머리를 모아 방법을 찾아봤다. 특별한 방법이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나쁜 혹이 아직은 아주 작단다. 혹을 잘 잘라 버리면 괜찮단다. 혹을 잘 잘라내 주기 만을 기도 하는 수밖에 도울 방법이 없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옛말에 “복은 하나로 오고 화는 쌍으로 온다.”라는 말이 있다. 다섯째 가지는 덜컥 겁이 난다. 셋째 가지도 아픈데, 첫째 가지도 우울해서 마음에 병이라도 올까 봐서이다. 마음먹고 있던 일들을 서둘렀다. 급히 수영복을 준비했다. 우선 주말에 물과 친해지도록 수영장으로 데리고 갔다. 첫째 가지는 처음 가는 수영장이 좀은 어색하고 물이 무섭다면서도 표정은 밝고 행복해 보인다. 함께 물장구도 치고 물에서 한참을 놀고 지쳐갈 즈음 수영장을 나와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앞으로 몇 주 주말 자유 수영을 더 하고 물과 좀 친해지면 강습을 시작해 보자, 우리라도 건강하게 셋째 가지를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 주자” 말했다. 그동안 마음만 먹으면 쉽게 모두 모일 수 있었음이 크게 감사할 일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절감한다. 이번에 셋째 가지의 그 나쁜 혹을 잘 잘라내고 회복하면 시원한 바람 솔솔 불어오는 가을에 일곱 가지 모두 모여 서로 애썼다 격려해 주는 격려 파티를 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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