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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춘한 Oct 07. 2024

노무현 정신 : 원칙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사진출처=노무현사료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참여정부의 원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정의사회 실현, 민주주의, 평화, 경제발전 등 국정 철학과 비전이 압축돼 있다. 그가 어떤 대통령이 되고자 했는지, 한국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자 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명연설이다.      


기득권 타파와 공정사회 강조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신념이있다. 노 전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돼야 합니다. 원칙을 바로 세워 신뢰사회를 만듭시다.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로 나아갑시다. 정직하고 성실한 대다수 국민이 보람을 느끼게 해드려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개혁 의지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노 전 대통령은 “개혁은 성장의 동력이고, 통합은 도약의 디딤돌입니다. 정치부터 바꿔야 합니다. 진정으로 국민이 주인인 정치가 구현돼야 합니다. 당리당략보다 국리민복을 우선하는 정치풍토가 조성돼야 합니다. 대결과 갈등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푸는 정치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저부터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지역주의 타파와 지방 분권은 국민통합의 최우선 과제로 여겨졌다. 노 전 대통령은 “국민통합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숙제입니다. 지역구도를 완화하기 위해 새 정부는 지역탕평 인사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입니다. 중앙 집권과 수도권 집중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습니다. 중앙과 지방은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발전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동북아 균형자론은 자주적인 외교와 평화로운 국제질서 구축을 위한 다짐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반도는 동북아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동북아에 번영의 공동체를 이룩하고 세계의 번영에 기여해야 합니다.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잇는 동북아의 평화로운 관문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부산에서 파리행 기차표를 사서 평양, 신의주, 중국, 몽골, 러시아를 거쳐 유럽의 한복판에 도착하는 날을 앞당겨야 합니다”라고 피력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번영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진정한 동북아 시대를 열자면 먼저 한반도에 평화가 제도적으로 정착돼야 합니다. 21세기에는 세계를 향해 평화를 발신하는 평화지대로 바뀌어야 합니다. 저는 한반도 평화증진과 공동번영을 목표로 하는 평화번영정책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모든 현안은 대화를 통해 풀도록 하겠습니다. 상호신뢰를 우선하고 호혜주의를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남북 당사자 원칙에 기초해 원활한 국제협력을 추구하겠습니다. 대내외적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참여를 확대하며 초당적 협력을 얻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경제 성장과 과학기술 발전 등 국가 미래 먹거리를 위한 구상도 담겼다. 노 전 대통령은 “우리는 각 분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합니다. 시장과 제도를 세계기준에 맞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혁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고 싶은 나라로 만들고자 합니다.”라며 “과학기술을 부단히 혁신해 제2의 과학기술 입국을 이루겠습니다. 지식정보화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신산업을 육성하고자 합니다. 문화를 함양하고 문화산업의 발전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라고 역설했다.      


노 전 대통령의 취임사의 내용은 2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당시 국정 운영과 정책이 온전하게 시행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고, 5년을 넘어 중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했어야 하는 사안일 수도 있다.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이 제시한 방향성을 계승・발전시켜야 한다. 과거 그는 원칙 있는 승리가 가장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원칙 있는 패배가 원칙 없는 승리보다 낫다고 했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정치적 성공보다 중요하다는 명언으로 아직까지도 회자된다. 결국 무너진 원칙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것이 진보 재건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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