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오톡방 07화

7. 혀니

40, 수진

by 장하늘


오톡방



7. 혀니


다음날, 오리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단톡방에서 인사를 건넸다.

오리: 좋은 아침~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수진은 오리가 카톡방에서 인사하는 걸 보고, 개인톡이 왔는지 확인해 봤다. 개인톡은 없었다. 오톡방에서만 인사하는 오리에게 가볍게 인사라도 나눌까 싶었지만 차마 아무 말도 쓰지 못했다.

그날따라 오리는 단톡방에서 대화가 많았다. 수진은 톡방에서 적극적인 오리의 모습에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그날, 전화를 못 받은 게 큰 잘못이었을까? 그렇다고 해도, 어찌해야 할지 고민만 깊어졌다. 수진은 핸드폰을 쥔 손을 꼭 잡았다. 만약 자신이 먼저 메시지를 보낸다면, 오리는 어떻게 반응할까? 하지만 그녀는 끝내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그 사이, 오리는 여전히 단톡방에서는 평소처럼 행동했고, 수진이 톡방에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도 은근슬쩍 톡방에 글을 남겼다. 그러나 수진에겐 형식적인 인사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전혀 연락하지 않았다. 수진은 점점 신경이 쓰였다.

그러던 어느 날, 단톡방에 올라온 벙개 공지를 보았다. 참석인원이 하나둘씩 생기고, 참여 인원은 총 네 명, 남자 둘에 여자 둘로 확정되는 듯 보였다. 그중 한 명이 오리였다. 수진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수진은 이내 참석 버튼을 누르려다 멈칫했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벙개 당일, 단톡방에 참석한 멤버들의 사진이 올라왔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해 보였다. 수진은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한텐 연락 한번 없더니….' 찝찝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오리가 벙개에 참여한 다음 날.

수진은 채팅창을 스크롤 하며 모임 멤버들의 대화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오리가 전날 모임에 함께 참여했던 보미/37/여 와 톡방에서 나눈 대화들이 보였다. '너무 예뻐서 깜짝 놀랐다'라거나, '벙개에서 너무 재밌었고 이야기가 잘 통했다'라는 등의 톡 내용을 보며 수진은 이맛살을 찡그렸다.


그날 저녁, 혀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혀니: 커피눕, 뭐해요?

언제 시간 될 때 저랑 맛있는 거 드시러 갈래요?

수진은 혀니의 메시지를 읽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혀니는 자신보다 네 살 어린 친구였다. 큰 경계심도 없었고, 가끔 연락을 주고받으며 편하게 지내던 사람이었다.

수진: 그래, 난 괜찮아, 그런데 무슨 일 있어?

혀니: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요. 밥이나 먹을까 해서요.

수진: 오, 네가 우리 동네로 올 거야?

혀니: 네, 제가 갈게요!

수진은 혀니가 나이도 어리고 동생이라는 생각에 별 부담 없이 수진의 동네에서 약속을 잡았다.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깔끔한 한식 주점이었다. 처음엔 식사하면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자연스럽게 술도 한 잔씩 곁들이게 되었다.

혀니: 커피눕 여기 정말 맛있네요. 술도 맛있고. 기분 최고예요.

수진: ㅎㅎㅎ 기분 좋다니, 나도 기분 좋아진다. 근데 너 술 잘 마시네?

혀니: ㅎㅎㅎ 원래 좀 마셔요.

대화는 가벼웠고, 혀니는 특유의 유쾌한 성격 덕분에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술이 한 잔, 두 잔 더해질수록 분위기는 점점 더 나른하게 흘러갔다. 1차만 하고 헤어지려고 했지만 둘 다 아쉬운 마음이 들어 2차로 간단하게 한잔 더 마실 가게로 이동했다. 자리마다 칸막이가 되어 있는 곳이라서 마음도 편했다. 술은 맥주에서 소맥으로 바뀌었다.

혀니: 커피눕, 저는 개인적으로 둘이 사람 만나는 거 처음이에요.

수진: 엥? 진짜?

혀니: 네.

수진: 그날 미나도 나왔었잖아? 연락처 우리 다 공유하지 않았나?

혀니: 아니요, 저는 형들 연락처는 받았고 여자는 누나 것만 받았어요.

수진: 오~호~ 영광이네. 오늘 진짜 술이 잘 들어간다. ㅎㅎㅎ

둘은 짧은 시간 동안 소주 두 병을 더 마셨다.

수진: 나 좀 취한 거 같아.

혀니: 저도 약간?

그때 혀니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혀니: 근데, 커피눕은 진짜 예뻐요.

수진: 갑자기?

혀니: 아니, 진짜로. 첫 만남 때부터 생각했어요. 누난 인기도 많은 것 같아서 좀 어려웠죠.

수진은 순간 당황했다. 혀니가 이런 식으로 말을 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수진: 인기? 무슨 소리야? 그날은 미나가 주인공이었지.

혀니: 네? 저는 누나밖에 안 보이던데.

수진: 너, 술 만취구나?

혀니: ㅎㅎㅎ 맞아요. 그래서 지금 솔직해지는 중.

그 말이 끝나자마자, 혀니가 살짝 몸을 기울였다. 장난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는 눈빛. 수진은 그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순간, 가볍게 맞닿은 손끝에서 전율이 스쳤다.

혀니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장난기 어린 미소였지만, 그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혀니: 누나.

혀니의 손이 조심스럽게 수진의 손을 감쌌다. 수진은 순간적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몸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술 때문일까. 아니면, 오리와의 일로 인해 그녀 스스로 느꼈던 공허함 때문일까.

혀니의 입술이 천천히 가까워졌다. 그리고, 닿았다.

가볍게 스친 키스였지만, 예상보다 더 깊은 감정이 느껴졌다. 수진은 숨이 가빠졌다.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착각이 들었다.

수진: 잠깐, 아~ 나 너무 취했나 봐. 노래방 갈까?

혀니: 그러고 싶어요?

수진: 어. 술 깨고 싶어.

수진은 술을 깨고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래방에 도착한 수진은 노래 한 곡을 먼저 예약했다. 혀니는 수진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며 따뜻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혀니: 누나? 손잡아 주면 안 돼요?

수진은 혀니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혀니가 거칠게 그녀를 끌어당겼다. 입술이 부딪치며 눌리고, 물리고, 서로의 숨이 엉켰다. 수진은 저항하지 않았다. 아니, 저항할 수 없었다. 혀니의 혀가 그녀의 입안을 헤집고, 따뜻한 숨이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마치 오래 굶주린 것처럼, 혀니는 점점 더 깊이 그녀를 빨아들였다. 키스가 끝나는 순간, 그의 이가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순간적으로 밀려든 통증과 함께 몸이 저릿해졌다. 키스의 종지부를 찍듯이 혀니가 수진의 아랫입술을 살짝 빨고 얼굴을 떼었다. 이때 수진이 아쉬운 듯 오히려 혀니에게 뽀뽀하고 수진이 숨을 고르자 혀니의 입술이 수진의 목선을 타고 내려왔다. 그의 거친 숨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수진은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목덜미를 젖혀 그의 입술이 더 깊이 닿도록 했다. 그의 손길이 수진의 가슴을 훑으며 몸이 기울었다. 그의 손바닥이 수진의 가슴을 움켜쥐고 느릿하게 움직였다. 수진의 상체는 노래방의자에 누운자세가 되고 혀니는 수진의 몸위로 포개졌다. 그와 동시에, 그의 단단한 성기가 수진의 허벅지에 밀착되었다.

공기가 묵직해졌다. 둘의 호흡이 얽히고, 서로의 몸이 자연스럽게 마찰을 만들었다. 혀니의 손길이 더 노골적으로 그녀의 몸을 쓸어내렸다. 혀니의 성기가 또렷하게 수진의 몸을 찌르듯 전해졌다. 수진은 순간적으로 온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심장이 요동쳤다. 그의 손길이 점점 더 대담해졌다.

혀니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그녀를 바라봤다. 눈동자는 깊고, 어딘가 모르게 탐욕적이었다. 그리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우리... 자리 옮길까요?"

그 순간, 수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대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둘은 모텔로 향하고 있었다.

keyword
금, 토 연재
이전 06화6. 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