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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오톡방 11화

11. 한강

마흔, 수진

by 장하늘

오톡방




11. 한강


한강의 바람은 부드러웠고, 야경은 반짝였다. 수진은 벙개 장소로 걸어가며 자연스럽게 긴장감을 풀었다. 새로운 방에서의 첫 벙개, 그리고 전혀 다른 분위기의 사람들.

벙개 장소에는 이미 몇몇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돗자리가 깔려 있고, 손에 맥주캔이나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는 모습이 편안해 보였다.

“타임?”

수진이 주위를 살피던 중, 한 남자가 다가왔다. 키가 크고 몸집이 다부진 노을(43/남/돌)이었다. 그는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하세요. 처음 나와봤어요.”

“잘 왔어. 다들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니까, 부담 갖지 말고 즐겨.”

수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둘러보았다. 한쪽에서는 마린(39/여/미)과 허니(37/여/미)가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진(36/남/미)과 도브(38/남/돌)는 테이블 옆에 서서 맥주를 따르고 있었다.

“타임, 뭐?”

태양(40/남/기)이 라면을 끓이며 물었다. 한강 벙개의 필수 코스인 듯, 커다란 냄비에서 라면이 끓고 있었고, 옆에는 작은 간식거리들이 놓여 있었다.

아, 우리 동갑이지?반가워. 나도 라면.”

그렇게 자연스럽게 벙개에 녹아들었다. 수진은 주변 사람들과 한 명씩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분위기를 익혀갔다.

블랙(41/남/기) : 말수가 적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묵직했다. 가끔씩 농담을 던지는데, 의외로 센스가 있었다.

레드(35/여/돌) : 조용하지만 분위기를 잘 읽는 스타일이었다. 주변을 살피며 적절하게 농담을 던졌다.

윈터(38/남/미) :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답게 각종 여행지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맥주를 한 캔씩 들고, 한 명씩 돌아가며 건배를 했다. “사이다~~~짠~짠” 누군가 외치자 다들 웃으며 캔을 부딪쳤다.

"사이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수진은 옆사람을 보았다.

"건배사, 사랑하자 이세상 다바쳐."

"건배사도 참 다양하네요, 정말."

타임, 원래 벙 자주 나와?”

클래식(42/남/기)이 물었다. 그는 젠틀한 분위기의 남자였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 닉네임을 그렇게 정했다고 했다.

“아뇨, 사실 처음이에요. 이번에 새로 들어왔어요.”

“오~ 난 기존인줄..?”

“그런가요?사실 엄청 그런척 하고 있어요. ㅎㅎㅎ 그래도 분위기도 좋고 한강에 오다니 참 좋네요.”

사람들은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친해졌고, 한강의 공기와 분위기 속에서 밤은 깊어갔다.


한강에서의 벙개는 실내에서의 모임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밤바람을 맞으며 돗자리 위에서 웃고 떠들고, 저 멀리 보이는 강변의 야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묘하게 편안해졌다.

누군가는 자전거를 타고 왔고, 누군가는 배달시킨 치킨을 뜯으며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우리 단체사진 한 장 찍을까요?”

썬(37/남/돌)의 제안에 다들 모여 앉았다. 벙개에 참가한 13명이 한강의 밤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 수진은 생각했다.

‘이런 모임도 나쁘지 않네.’

지금까지 그녀는 오픈채팅방을 단순한 호기심과 외로움의 공간으로만 생각했지만, 한강 벙개는 또 다른 세상을 열어주었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대화, 그리고 새로운 공기.

수진은 핸드폰을 열어, 자연스럽게 몇몇 사람들과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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