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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Jun 20. 2023

렌즈 없이 살기


컬러 렌즈는 내가 갖지 못한 눈동자의 색을 너무도 쉽게 갖게 해 주는 물건이다. 요즘은 워낙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렌즈가 많이 나온다. 한동안 브라운, 카키, 그레이 계열의 컬러 렌즈를 많이 착용했다. 염색을 하고 컬러 렌즈를 끼고 거기에 맞는 색조 메이크업을 하면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걸 즐겼다.


하지만 렌즈를 착용하면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로 눈 건강. 흔히 많은 의사들이 렌즈가 아닌 안경을 끼고 있는 이유에는 분명 그만한 근거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돈다. 그런 논리가 아니더라도 당연히 렌즈 착용이 눈 건강에 좋을 리 없을 터. 렌즈는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다. 안경을 대신하는 편의가 아니라면 미용의 목적밖에 없다. 나는 예뻐 보이기 위해서 장시간 렌즈를 착용했다. 귀가 후 렌즈를 뺄 때면 눈은 퍽퍽하다 못해 말라 있었고 건조한 눈은 피로도를 가중시켰다.


두 번째는 비용적인 문제. 눈에 직접적으로 닿는 것이라 저품질의 제품은 쓸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렌즈 가격은 비싼 편이다. 다회용이 아닌 일회용 렌즈를 쓴다면 주기적으로 빠져나가는 비용이 더 많다. 렌즈를 착용하면 눈이 쉽게 건조해지는 탓에 점안액은 필수다. 무엇보다 렌즈 착용으로 눈 건강이 나빠진다면 더 큰 비용이 발생할지 모른다.


이제는 렌즈를 끼지 않는다. 다양한 컬러 렌즈를 착용하며 만족했고 그런 내 모습이 예뻐 보였다. 분명 지금도 그렇게 한다면 훨씬 예뻐 보일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 애써 덧대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마음가짐이 물건이나 공간뿐만 아니라 내 몸에 씌우는 것들에도 따라가게 되었다.


본연의 눈동자와 다른 빛은 더 이상 자연스럽지 않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욕심내기보다 내가 가진 것을 아낄 줄 아는 마음이 더욱 자라난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더 다독인다. 무언가를 더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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